40년 가까이 기업활동을 해 온 김동녕 한세YES24홀딩스 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조찬세미나에서 금융위기 이후의 우리 경제 발전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다음은 김 회장의 연설 내용이다.
저는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긍정이란 말을 다른 사람보다 더 실감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28살에 일을 시작했는데,당시 수출 붐이 일어 제가 경영하는 회사도 잘나갔습니다. 그러다 1979년 오일쇼크로 부도를 맞고 3년 뒤에 재기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믿음,희망,긍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불황이 닥치더라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불황이 시작되면 막막하죠.매출이 줄고,판매가격이 떨어지고,이익이 감소하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불황도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불황을 어떻게 이겨내고 대응해야 하느냐'입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안정된 성장 기반을 갖췄습니다. 세계적 재앙을 거치면서 몰락한 나라들도 많은데 우리는 한걸음 더 나간거죠.외환위기 때는 정책적으로 벤처산업을 일으켰습니다. 그게 지금의 'IT 코리아'를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최근에 와서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으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IT 산업은 매우 강합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아마존,야후,구글,이베이 등이 한국에서는 꼼짝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휴대폰은 한국을 당할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이게 사실은 외환위기 때 새롭게 변신을 추구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반면 2008년 시작된 뉴욕발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이 홍역을 치를 때 우리 기업들은 다소 여유있게 위기를 넘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안이하게 생각하기 쉬운데,지금이야말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좀 더 확실하게 글로벌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 수출이 세계 10위라지만 다른 나라에 나가서 시장을 지배하는 산업은 자동차,전자 일부를 빼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살 길은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지리적 영토는 넓힐 수 없지만,경제적 영토는 얼마든지 넓힐 수 있으니까요.
동시에 세계를 한국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의료관광만 해도 우리나라의 내년 목표가 10만명인 데 비해 싱가포르는 매년 50만명을 불러다 치료해주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태국은 150만명의 환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꼭 자동차를 수출해야 달러가 들어오는 겁니까. 제조업은 자동화돼서 고용 없는 성장 산업이 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세계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유학생 유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2만명,3만명 됐는데 근래에는 10만명 가까이 됩니다. 저는 지난 정권 때부터 유학생 100만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 지방 대학이 살고,지방 경제가 삽니다. 장학금을 줘서라도 불러들여야 해요. 저희 한세실업도 아시아 유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십시일반 하면 됩니다. 정부가 나서고,대학은 기숙사라도 공짜로 쓰게 하고….100만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들의 부모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고,그러면 외식하고 쇼핑합니다. 그게 수출이지 뭡니까.
한국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좀 더 국제화된,글로벌화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제결혼이 늘면서 우리나라도 다문화 국가가 돼가고 있습니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를 기회로 바꿨듯이,이번에는 능동적으로 세계인들을 끌어들여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정리=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