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변화,끊임없는 자기 혁신…'

최경주는 우리 나이로 43세다. 호적에 1970년생으로 기록돼 있어 만 40세로 알려졌으나 실제 출생 연도는 1968년이다. 프로골퍼라 해도 40대 초반이 되면 은퇴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최경주는 예외다. 목표인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눈앞의 성적이나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든다. 그것을 만용이라 하든,모험이나 혁신이라 부르든 상관치 않는다.

최경주는 보름 전 생소한 퍼트 자세를 취했다. '사이드 새들'(게이트 볼 스타일) 자세였다. 미PGA투어 최다승(82승) 보유자인 샘 스니드가 한 때 채택했던 것으로 이 자세를 취하는 현역선수는 없다. 최경주는 지난주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이 자세로 퍼트해 눈길을 끌었다.

최경주는 브리티시오픈 직후 스웨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스칸디나비안마스터스에 출전했다. 첫 날부터 셋째 날까지 선두권을 유지했고,우승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직전 두 대회 연속 커트탈락했던 그가 갑자기 뜬 이유는 바로 퍼트 때문이다. 이번엔 '기이한' 자세를 버리고 예전의 전통적인 자세로 돌아간 것이다.

프로골퍼들이 생명과 같은 스윙이나 장비를 바꾸는 것은 모험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큰 변화없이 미세한 조정에 그친다. 타이거 우즈가 브리티시오픈 때 새 퍼터를 갖고 나왔다가 4라운드 때 종전 퍼터로 돌아간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최경주 골프'는 도전과 변화의 연속이다. 1990년대 말 국내 무대를 주름잡던 그는 '더 큰 물'을 찾아 미국 투어에 도전했다. 미PGA투어는 한 명의 한국선수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던 곳.최경주는 '지옥의 관문'이라는 퀄리파잉토너먼트를 두 번이나 거친 끝에 2000년 미PGA투어에 입성했다.

미PGA투어 데뷔 3년째에 2승을 거두며 잘 나가던 그는 느닷없이 '스윙 교정'이라는 험한 길을 택한다. 그가 배운 '어깨너머 스윙'으로는 미국 무대에서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동안 '매년 1승 이상'을 올렸다. 우즈,필 미켈슨,비제이 싱 등이 이룬 업적이었다. 그래도 양이 차지 않았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더 컴팩트하면서도 파워풀한 스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08년초 체중감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100㎏안팎이던 몸무게를 10~15㎏ 줄이려고 한 것.그러나 단기간에 무리하게 체중을 줄인 결과 부작용이 나타났고 우승도 따라오지 않았다. 최경주는 다시 몸무게를 늘렸다. 그러자 예전 감각이 돌아왔고,올시즌 초 14개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커트탈락하지 않는 상승세를 보였다.

도전의 정점은 보름 전 존디어클래식이었다. 퍼트가 불만이었던 최경주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두 발을 거의 일직선으로 한 뒤 앞으로 치는 혁신적 퍼트 자세로 바꿨다. 하지만 두 대회에서 커트탈락하자 이번 대회에서 다시 예전의 퍼트 자세로 돌아왔고 2008년 소니오픈 이후 2년6개월만에 우승기회를 잡았다.

최경주의 끊임없는 도전과 변신은 스칸디나비안마스터스에서 중간평가를 받는다. 최경주는 25일(한국시간) 스웨덴 브로호프슬롯G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리카르트 욘손(스웨덴)과 함께 공동 1위를 달렸다.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루이 웨스트호이젠(남아공)은 9언더파 207타로 3위다. 최경주와 욘손은 25일 오후 6시33분 챔피언조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