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울산 경제에 활기가 넘칩니다. 매년 되풀이돼온 노사분규도 없었고 근로자들은 임금협상 마무리로 지갑도 두둑해 졌고요. 날씨는 무덥지만 장사가 잘 될 것 같아 기분은 정말 좋습니다. "

이준희 태화세계로여행사 대표는 일요일인 25일에도 하루 종일 바빴다. 울산지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여름 휴가상품을 파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그는 "24일 새벽 현대자동차 임금협상안이 통과돼 해외 여행상품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일요일에도 전화기를 돌리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1주일간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여름휴가 특가상품 판촉을 벌여 1인당 평균 300만원짜리 북유럽 4개국 크루즈 여행상품(9일)을 몽땅 팔았다.

울산지역 경제가 활짝 피어오르고 있다. 주요 대기업 노조가 잔업 거부와 파업같은 분규 없이 임금협상안에 합의한 '쌍끌이' 결과다.

울산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SK에너지 등 대기업들은 임금협상 완료로 여름휴가철에만 적어도 4000억원 이상의 격려금을 풀 것으로 예측됐다. 협력 업체까지 호황의 혜택이 돌아가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6000억원가량이 울산지역 경제에 뿌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찬성률 58.14%로 잠정 임금합의안을 통과시킨 현대차 근로자들은 각종 명목의 격려금 500만원과 휴가비 130만원 등 1인당 평균 630만원을 이번 여름 휴가철에 받는다. 이 회사 근로자 정명수씨(38)는 "과거에는 여름 휴가를 앞두고 파업이 악순환처럼 되풀이 돼 휴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며 "올해는 정말 마음 편하게 가족들과 휴가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보다 일찍 협상을 끝내고 지난 24일부터 16일간 최장기 휴가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협상타결 격려금인 통상임금의 150%+250만원에 해당하는 평균 550만~600만원가량을 받았다. 미포조선은 휴가를 맞아 1인당 평균 680만원,SK에너지는 평균 430만원을 각각 받는다.

지역 주택건설업계와 유통업계,여행업계 등은 물때를 만났다. 미분양 물량 7100여세대를 못 팔고 있는 주택건설 업계는 물량 해소에 사활을 걸었다. 이성우 은성산업개발 회장은 "목돈을 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전담분양팀을 구성해 1 대 1 밀착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유통업계는 근로자들의 소비규모가 지난해보다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에어컨 냉장고 고화질TV 등 고가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판촉 전쟁 중이다.

인근 부산과 경주 등지 업체도 활기를 띠고 있다. 울산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부산 해운대의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안용준 팀장은 "부자 도시 울산 특수로 매출이 더 늘 것으로 보고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 일대 골프장과 호텔,콘도 등도 울산지역 근로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예약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병익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2년 연속 무분규가 수백여개 협력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울산지역 경제에 상상을 초월하는 플러스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