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공기업 사옥 매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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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13개 매각 계획
공급과잉 오피스시장 '찬바람'
연기금 "몇개 빼고는 관심없어"
공급과잉 오피스시장 '찬바람'
연기금 "몇개 빼고는 관심없어"
정부 부처의 세종시(행정복합도시) 이전이 고시되면서 공기업들의 혁신도시 이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 수도권에 몰려 있는 대부분의 공기업 사옥과 부지가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전망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에 시달려온 빌딩시장에서는 벌써부터 기존 매물의 가격 하락세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부터 공기업 사옥 매각 경쟁 돌입
2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2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공기업(투자기관 포함)은 모두 157개다. 이 가운데 자체 사옥을 갖고 있는 공기업은 107곳이고,이들이 소유한 빌딩 · 부지는 124개에 이른다. 연면적으로 따지면 1027만㎡나 된다.
정부는 공기업들의 혁신도시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공기업들은 보유한 사옥 · 부지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또 공기업들의 자체 매각을 독려하기 위해 서울 · 수도권 부지 · 사옥을 먼저 파는 공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공기업 관계자는 "현재 보유한 빌딩이나 부지 매각을 일찍 매듭지으면 정부가 공기업 평가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며 "이전 비용 조달차원에서 결국 매각할 것이라면 공기업 입장에서는 서둘러 파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공기업들은 그동안 세종시 문제로 이전계획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매각 완료된 곳은 총 7개 부지,12만㎡에 그쳤다. 하지만 세종시 원안추진이 확정된 이후 이달부터 공기업들의 이전계획에 속도가 붙고 있다.
◆빌딩시장,가격 하락 우려 고조
공기업들의 사옥 매각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빌딩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2010년 부동산 매각 로드쇼'를 열고 공기업 부동산 매각정책과 투자물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한 연기금 관계자는 "몇 곳의 유망 부지를 빼놓고는 관심이 작은 편"이라며 "앞으로도 공기업 빌딩(부지) 매물이 잇따를 것이기 때문에 관망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올해 정부가 팔기로 확정한 공기업 부지는 우정사업정보센터 등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5곳을 포함해 13개 부지다. 감정평가액만 해도 1조216억원에 이른다. 내년에는 26개 부지,2012년엔 25개 부지가 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매물로 등장하면 오피스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오피스빌딩 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매각작업을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앞으로 3~4년간은 서울 도심권 오피스 공급이 예년보다 1.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기존 빌딩들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빌딩 공실률(빈 사무실 비율)도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지역 공실률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4.5%로 1년 전(3.5%)보다 높아진 상태다. 공기업의 매물증가는 이 같은 공실률 증가세를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
◆기관투자가들의 관망세 지속될 듯
현재 매물로 나오는 공기업 빌딩 매물들은 감정평가액이 비싸게 책정돼 초기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서울 삼성동(강남구)의 한국전력 부지와 성남시 분당구 오리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옥 등 유망 물건의 감정평가액만도 4014억원 선이다. 현재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형 금융투자사의 한 부동산펀드 매니저는 "입지여건이 좋은 공기업 부지를 매입하게 되면 건물을 헐고,용도를 바꿔야 수익성이 맞춰진다"며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용도변경까지 해야 하는 물건에 투자자들이 몰리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