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카페 '포트가. ' 친구와 함께 점심식사차 이곳을 찾은 권세희씨(26 · 여)는 이색 메뉴판을 경험했다. 이 카페의 메뉴판은 다름 아닌 애플의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였다. 주변을 둘러본 권씨는 다른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도 자기처럼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종업원은 "아이패드를 터치하면 메뉴 종류가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아이패드를 터치하자 각 메뉴의 사진과 해당 음식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떠올랐다. 권씨는 "국내에서 출시도 안 된 아이패드를 첨단 메뉴판으로 활용하는 마케팅에 놀랐다"며 신기해 했다.

국내에서 아직 판매되지 않는 아이패드를 직접 들여와 메뉴판으로 쓴 포트가는 요즘 강남에서 인기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이 카페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패드는 모두 4대.포트가는 아이패드 메뉴판 덕분에 개업한 지 한 달 만에 입소문을 타고 일약 유명 카페가 됐다.

강준환 포트가 대표는 "지인들이 미국에서 직접 구입해 1대씩 갖고 있던 아이패드 4대를 모아 카페를 열었다"며 "아이폰 열풍을 보고 아이패드와 카페를 결합하면 좋은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직감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발매된 아이패드는 출시 3개월 만에 글로벌 시장에서 300만대 이상 팔려 나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개인이 아이패드를 휴대해 반입할 경우 1대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포트가 마케팅의 또다른 포인트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자유롭게 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카페 전체가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존(Wi-Fi Zone)이어서 손님들은 주인을 의식하지 않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고객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이 카페의 트위터(@portgha)를 '팔로잉'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카페 방문기를 남기기도 했다. 아이패드를 통해 손님들이 직접 카페 홍보를 하게 하는 전략인 셈이다. 강 대표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카페의 매출을 관리하는 등 기존의 장부 대신 경영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패드 메뉴판은 최근 홍대 앞 선술집 '갯놈'과 청담동 '카페 74'에서도 선보였다. 미용실에서 아이패드를 '미용실용 잡지'로 활용하려는 곳도 있다. 한편 태블릿 PC를 준비 중인 국내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8~9월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7인치 갤럭시탭을,LG전자는 윈도7을 탑재한 10.1인치 태블릿을 오는 4분기께 발매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