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주가 신규 수주를 재료로 강세를 보이자 조선업황이 바닥을 쳤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예상보다 수주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어 업황이 회복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긍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반면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조선지수는 이달 들어 13.13% 급등해 코스피지수 상승률(3.52%)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1주일간 현대미포조선은 8.09% 상승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고 현대중공업(7.10%) 한진중공업(4.31%) 등의 주간 상승률도 돋보였다. 시가총액 10위권 밖으로 밀렸던 현대중공업은 주가 반등으로 7위로 올라섰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1일 싱가포르 선사로부터 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1조1815억원에 수주했다고 발표하자 업황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선박 발주 소식이 6개월 이상 앞서 나왔다"며 "발주 시기가 늦을수록 가격과 인도 시기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발주를 앞당기려는 해운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조선업체들이 가격 협상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며 조선주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반면 유럽의 대형 해운사들이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어 업황 개선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럽의 해운사들은 선박금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비유럽 해운사 중심의 수주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광식 교보증권 연구원도 "올해 신규 발주한 해운사들은 배값의 상당부분을 자체 조달했다"며 "선박금융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조선업 수주도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사업구조가 탄탄하고 경쟁력이 있는 일부 조선주는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해도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KTB투자증권은 해양플랜트,유조선 등 사업분야가 잘 짜여진 현대중공업을,대우증권은 중형선박 부문에서 수익성이 탁월한 현대미포조선을 관심주로 제시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