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경기도 성남시에서 진행하던 신흥2구역 중1구역 금광1구역 등 3곳의 재개발 사업 추진을 공식 포기했다. 조합원 손실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판교신도시 개발비용에 대한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에 LH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벌어진 사태"라며 반발하고 있다.

LH는 25일 성남시 2단계 재개발사업 대상 구역 3곳(54만5863㎡ · 조합원 5569명)에 '재개발 사업 중지'를 구두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곳은 공공기관이 최초로 시행하는 대규모 '순환정비 방식 재개발구역'이다. 순환정비 재개발은 가옥주 및 세입자를 수용할 이주단지를 먼저 만들어 이주시킨 뒤 사업이 끝나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식이다.

성남시와 LH는 2000년 구시가지 26곳을 순환 재개발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로 단대3구역,은행2구역 등 3곳의 재개발사업(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 착수했다. 이어 2008년에는 신흥2구역 등 3곳을 대상으로 2단계 사업에 나섰다. 2단계 구역은 작년 12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고,올해는 시공사 선정 ·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1단계 구역 이외의 모든 구역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며 "원주민 재정착과 세입자 보호에 유리한 '순환정비 방식 재개발사업' 안착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LH 성남재생직할사업단 관계자는 "성남 구시가지 내 새 아파트 값이 3.3㎡당 1200만원인데 2단계 사업구역의 건설원가는 1300만원"이라며 "이런 상태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 조합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개발지역 원주민들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요 지지 기반이 재개발 예정 지역인 구시가지"라며 "성남시가 국토해양부와 LH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LH가 사업 중단 카드로 반격에 나섰다"며 반발했다.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성남시 수정구)도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불거진 갈등 때문에 엉뚱하게 주민들의 주거복지 사업이 희생되고 있다"며 "사업 지속에 대한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한편 LH는 이번 사업 포기로 이들 3개 구역에 투입한 300억원의 비용을 모두 날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