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건설사에 대출해 줄 때는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도 끼어 있습니다. 건설사가 잘못되고 나서 확인해보면 신한은행 하나은행 여신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 회수해버린 거죠."

우리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은 여신심사와 여신관리 등 리스크관리가 금융지주회사와 은행들의 실적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큰 폭의 이익을 낸 것과 달리 KB금융과 우리금융이 2분기에 '어닝쇼크'라고 할 수 있는 각각 3000억원 안팎,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은 리스크관리 능력이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출해 줬다가 떼인 돈이 많은 탓이다.

그러다보니 두 회사 모두 2분기에만 1조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런 리스크관리 관행은 하루아침에 고쳐질 수 없다. 두 회사가 잠재적 부실을 대부분 털어냈다고 하지만 하반기 실적이 좋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예상 뛰어넘은 충당금 규모

KB금융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은 2분기에 대손충당금으로 1조원 이상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증권사들이 예상한 충당금 규모 6000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많다. 부실 기업 관련 여신에 대한 충당금이 5000억원 이상이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서는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2분기에 3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금융 이익의 90%는 국민은행에서 나오기 때문에 KB금융 역시 2분기에 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도 비슷하다. 2분기에만 1조원가량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구조조정과 건설사 및 조선사 여신의 부실에 따라 5000억원 이상 적립했다.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서도 2500억원을 충당금으로 돌려놨다. 경남은행 금융사고로 1000억원 이상의 충당금도 부담했다. 1분기 충당금 적립액(5900억원)을 합치면 1조5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다보니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4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은 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비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2분기 충당금 적립규모는 3000억원대와 2000억원대에 그쳤다. 2분기 순이익도 각각 5000억원대와 1808억원을 기록했다.

◆몸집 불리기 치중하다 부실 대출

은행들은 지난달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65곳이 구조조정 대상 판정을 받았다. 이 중 16곳은 건설회사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여신 규모가 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이유다.

물론 두 은행 나름대로 할 말이 있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기업여신이 많다. 국민은행도 중소기업에게 대출을 많이 해 준다. 그러다보니 경기가 나빠지자 부실도 그만큼 많이 생겼다는 게 이들 은행의 주장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라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부동산 PF대출 부실이 많은 게 대표적이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눈앞의 실적을 위하거나,몸집을 불리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해주다 보니 심사가 철저하지 못했던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불안한 지배구조도 요인으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하반기 실적호전 '글쎄'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과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제대로 쌓았는지를 직접 실사했다. 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기업구조조정을 확실히 추진하겠다는 의지에서다. 그러다보니 두 회사는 시장의 예상치와 달리 적자를 냈다.

KB금융의 경우엔 어윤대 회장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 "KB금융을 들여다보니 체력이 예상보다 약하다"고 말하곤 했다. '덩치만 컸지 약골'이라는 게 어 회장의 진단이다. 어 회장은 이런 진단에 따라 체질강화와 수익성을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이번에 과감하게 털고 갈 것은 털고 간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다. 두 회사는 상반기에 잠재적 부실의 상당 부분을 털어낸 만큼 하반기에 각각 1조원가량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관리 능력이 하루아침에 강화될 수 없는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두 회사의 기대대로 하반기 실적이 나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