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계획이 이번 주 후반 발표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5일 "이달 중순 이후 지금까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3차례 이상 소집돼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매각 방식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고 사실상 결과 발표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로 민영화 의지가 공식 확인되면 그동안 수면 아래서 움직이던 잠재적 인수후보와 투자자들이 나서면서 금융권이 요동칠 전망이다.

◆정부,금융산업 재편 밑그림 있나

민영화 방안에는 자회사인 경남 · 광주은행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분리매각하고,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지주는 매수희망자가 인수방식과 투자조건을 제안하면 이를 검토한 뒤 결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공자위 관계자는 "매각 효과를 극대화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제안을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도 "우리금융 민영화가 더 이상 지체되는 상황 자체가 정부에 부담이 된다"며 "정부의 신뢰성에 관한 문제인 만큼 최대한 일정을 단축시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은 과연 정부가 금융산업 재편에 대한 어떠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가뜩이나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특혜시비가 제기되는 마당에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정부가 설령 어떤 구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통제하면서 그대로 관철시킬 능력은 없다"고 말했다.



◆일단 백지상태에서 출발하지만

정부는 매각 방안 발표와 함께 국내외에서 투자의향이 흘러나오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효경쟁 구도가 성립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4대 은행지주사 가운데 덩치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하나금융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추가적인 블록세일을 통해 우리금융의 몸집을 가볍게 한 뒤 두 회사가 합병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형화의 폐해를 감안하면 경영권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분산매각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민영화의 취지가 주인찾기가 아닌 정부간섭 배제를 통해 은행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는 주장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우리금융이 가장 선호하는 방안이다. 다만 국내외에서 얼마나 투자자를 끌어올 수 있느냐는 점이 변수다.

◆외환,산업은행 변수될까

현재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외환은행과 내년도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도 우리금융 민영화와 맞물려 시장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하나금융의 구도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질 경우 덩치키우기에 부정적이던 신한도 어쩔 수 없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거나 산업은행 민영화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전략적 투자자를 찾기 위해 신한금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한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향방에 따라 업계가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 3위 그룹으로 처지지 않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윤대 신임 KB회장이 당분간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지만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KB가 업계 3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한 간부는 "구체적인 구도를 잡고 밀어붙이는 과거 방식이 아닌 시장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