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재개발 사업 중단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주민들은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성남시 A구역 조합장)

LH가 성남시 재개발사업 참여 중단을 선언하자 성남시 구시가지 원주민과 지분 투자자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성남시 구시가지는 인구 밀도가 높고 세입자가 많아 원주민 자력으로 재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된 지역이다. 이 때문에 공공사업자인 LH가 사업추진을 맡았는데,이번 사업 포기 선언으로 재개발의 꿈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일방적 통보에 반발 고조

원주민들은 LH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 중단을 선언한 데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종선 신흥2구역 조합장은 "LH가 사전 의논이나 주민설명회 개최 등의 절차 없이 갑자기 사업 중단을 통보해 왔다"며 "주민과 사전 논의 한번 거치지 않고,그것도 공문이 아닌 구두로 중단 통보를 한 것에 모욕감까지 느낀다"고 주장했다.

사업절차가 70% 이상 진행된 상황이어서 원주민들의 충격은 더 크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신흥2구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LH의 재개발사업 중단이 다른 곳에서도 있긴 하지만,성남시처럼 마무리단계에 있는 구역을 중단시킨 적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성남시 관계자는 "구시가지 재개발을 전면 재검토한다는 게 신임 시장의 공약이었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사업 포기 통보여서 아직 시의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LH "원주민 무리한 보상 요구"

LH 자체 분석에 따르면 재개발구역에 66㎡(약 20평)의 땅을 가진 원주민이 전용면적 85㎡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2억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구시가지에서 이 정도의 돈을 감당할 수 있는 원주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아파트 건설원가도 3.3㎡당 1300만원으로 주변 시세(3.3㎡당 1200만원)보다 높다. 일반분양으로 수익을 내기는커녕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원주민 대부분이 아파트 분양 대신 현금청산을 선택하면서 사업추진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주민과 세입자들의 요구도 지나쳤다고 LH 측은 주장했다. 금광1구역의 경우 LH의 사업시행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계속 소송을 제기하는 바람에 주민대표기구의 기능이 정지돼 시공사 선정,관리처분계획 등의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세입자들은 LH가 원주민들을 위해 판교신도시에 순환용임대주택 4993채를 제공했는 데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가 없는 주거이전비(1400만원),이사비,상가의 수의계약 방식 공급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LH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LH가 10년 전 자발적으로 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데다 사업 중단을 통보한 시점이 미묘해서다. 성남시는 최근 "판교신도시 조성사업에 들어간 비용 5200억원을 국토해양부와 LH에 갚지 못하겠다"면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또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의 41%가 성남시 땅이란 이유로 사업 시행자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발끈한 LH가 재개발사업 중단 선언을 통해 맞대응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난항 전망

성남 구시가지는 공공이 시행하는 재개발구역이다. 민간조합이 시행하는 일반적인 재개발과는 다르다. 공공 시행자인 LH가 사업을 포기하면 다른 지방공사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하거나 민간 조합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두 방법 다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경험이 없는 지방공기업이 전문성이 높은 LH가 포기한 사업을 맡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다.

민간조합 방식의 경우 수익성이 문제다. 1968년 서울 청계천 일대 철거민 12만명이 이주하면서 급조된 성남 구시가지는 인구밀도(ha당 455명)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거주민들이 영세하다. 전체 거주자의 60% 이상이 세입자다. D건설 관계자는 "일반분양분이 적은 반면 조합원과 세입자가 많아 수익성이 낮다"고 말했다. 사업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으면 완공이 지연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