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제발 좀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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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나오기 전,초행길 운전 과정에서 필자가 늘 아내로부터 듣던 핀잔은 '모르면 물어보지 왜 같은 길을 돌며 시간 낭비하냐'였다. 필자가 생각해도 의아할 정도로 잠깐 차를 세우고 행인에게 길을 물어 보는 것을 꺼린 것 같다. 주변 남성 분들에게서 이와 유사한 경험담을 심심치 않게 접하곤 했다.
내비게이션의 보급으로 초행길 부부간 다툼이 줄어드는 듯하더니,이제는 유사한 광경이 대형마트에서 쇼핑할 때 나타나는 듯하다. 찾고자 하는 물건을 발견하기 어려운데도 점원에게 묻기보다는 큰 카트를 끌고 힘들게 이리저리 헤매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카트용 상품위치 정보 시스템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한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 국민 모두가 타인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데 주저하는 듯하다. 이는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현장에서도 빈번히 관찰할 수 있다. 대학 강단에 서 있는 필자의 지인은 학기 초 기말 리포트 과제를 내주었는데,학기 내내 연구실에 찾아와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의하고 상의한 학생이 단 세 명이었다고 한다. 이후 제출받은 반 이상의 기말 리포트에서 매우 유사한 오류가 발견됐다. 그 이유를 알아 보니 많은 학생들이 모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서비스 중인 지식검색을 이용했고,이 중 잘못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묻고 가르침을 받으라고 비싼 등록금으로 고용된 가까운 교수보다는 익명의 누군가가 제공한 지식을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적으로 습득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현상에 허탈해 하던 지인의 한탄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업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한국 기업에 부임한 한 외국인 임원이 필자에게 들려준 일화."상품 이미지를 좀 더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부하직원 중에서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추상적 지시,더구나 영어로 내린 지시에 대해 '알겠다', '해보겠다'라는 말 외엔 가타부타 다른 질문 없이 그저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보고받은 결과물은 내가 의도한 바와 매우 동떨어져 당황했다. 밤 새워 일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을 시키려니 괴롭기만 했다. "
평생을 대학 강단에 계셨던 필자의 아버지가 강의 첫 시간에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여러분의 배움은 '학문(學文)'도 '학문(學聞)'도 아닌 '학문(學問)'입니다. 가장 좋은 배움의 방법은 바로 모르는 것을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입니다. "
모르면 잠깐 싫고 곤란하더라도 자꾸 묻고 확인하자.자신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주변의 상사,동료,부하직원도 만족시킬 것이고,결국 모른다고 무시받기보다는 존중받을 것이다. 물론 길을 찾거나 쇼핑할 때 아내로부터의 핀잔도 훨씬 덜 받을 것이고….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
내비게이션의 보급으로 초행길 부부간 다툼이 줄어드는 듯하더니,이제는 유사한 광경이 대형마트에서 쇼핑할 때 나타나는 듯하다. 찾고자 하는 물건을 발견하기 어려운데도 점원에게 묻기보다는 큰 카트를 끌고 힘들게 이리저리 헤매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카트용 상품위치 정보 시스템을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객들도 많다고 한다.
필자를 포함해 우리 국민 모두가 타인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데 주저하는 듯하다. 이는 일상생활은 물론 교육현장에서도 빈번히 관찰할 수 있다. 대학 강단에 서 있는 필자의 지인은 학기 초 기말 리포트 과제를 내주었는데,학기 내내 연구실에 찾아와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의하고 상의한 학생이 단 세 명이었다고 한다. 이후 제출받은 반 이상의 기말 리포트에서 매우 유사한 오류가 발견됐다. 그 이유를 알아 보니 많은 학생들이 모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서비스 중인 지식검색을 이용했고,이 중 잘못된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묻고 가르침을 받으라고 비싼 등록금으로 고용된 가까운 교수보다는 익명의 누군가가 제공한 지식을 온라인을 통해 비대면적으로 습득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현상에 허탈해 하던 지인의 한탄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업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한국 기업에 부임한 한 외국인 임원이 필자에게 들려준 일화."상품 이미지를 좀 더 따뜻하고 긍정적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부하직원 중에서 그 누구도 이와 같은 추상적 지시,더구나 영어로 내린 지시에 대해 '알겠다', '해보겠다'라는 말 외엔 가타부타 다른 질문 없이 그저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보고받은 결과물은 내가 의도한 바와 매우 동떨어져 당황했다. 밤 새워 일한 사람들에게 다시 일을 시키려니 괴롭기만 했다. "
평생을 대학 강단에 계셨던 필자의 아버지가 강의 첫 시간에 어김없이 학생들에게 해준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여러분의 배움은 '학문(學文)'도 '학문(學聞)'도 아닌 '학문(學問)'입니다. 가장 좋은 배움의 방법은 바로 모르는 것을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입니다. "
모르면 잠깐 싫고 곤란하더라도 자꾸 묻고 확인하자.자신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주변의 상사,동료,부하직원도 만족시킬 것이고,결국 모른다고 무시받기보다는 존중받을 것이다. 물론 길을 찾거나 쇼핑할 때 아내로부터의 핀잔도 훨씬 덜 받을 것이고….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andy.park@merc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