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에 우승할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 퍼트를 남겨두고 너무 떨렸는데 막상 우승하게 돼 기뻐요. 스스로를 믿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간 게 우승 동력인 것 같아요. "

신지애(22 · 미래에셋)가 25일 밤 '알프스 징크스'를 넘어 한국인 최초로 미국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 테이프를 끊은 뒤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모건 프레셀,알렉시스 톰슨(미국),최나연(23 · SK텔레콤)을 1타 차로 제치고 시즌 첫승을 거둔 것.신지애는 이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많은 분들이 첫승을 애타게 기다려 주셨는데 우승으로 보답하게 돼 너무 좋다"며 "솔직히 마지막에 긴장했는데 우승하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은 2.5m 버디 퍼트를 남겨둔 18번홀(파5)이었다.

"3라운드까지 이 홀에서는 파만 기록했어요. '이번에는 꼭 버디를 주세요'라고 속으로 외쳤죠.퍼트를 했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떨렸지만 한편으로 자신감도 있었어요. 버디를 성공한 뒤 캐디(딘 허든)와 연장전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를 얘기하는데 프레셀이 버디 퍼트를 놓쳤어요. 1 · 2라운드와 오늘 동반 플레이한 프레셀에게 (우승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즐겁게 라운드를 해서 고맙기도 해요. "

신지애는 긴장의 순간에 어떻게 평정심을 찾았을까. 그는 "경기 압박감 때문에 템포(리듬)가 빨라지면 미스샷이 나온다"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평소 해오던 대로 샷이나 퍼트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프리샷 루틴'(샷을 하기 전 반복하는 일련의 동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신지애는 캐디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제가 긴장한 것을 알고 마음을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해 줘요. 이번 주에도 샷은 좋았는데 퍼트 실수가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허든이 옆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

지난달 스테이트팜클래식을 앞두고 한 맹장 수술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수술 후 2주 정도 집에서 푹 쉬면서 컨디션이 더 좋아졌어요. 휴식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맹장염이) 찾아온 셈이죠.체력적으로 시즌 초반보다 더 좋은 상태예요. 사실 시즌 초반 우승을 빨리 하려다 보니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았어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