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가 게임에 푹 빠졌다. 한 달여 사이에 게임업체 2곳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지난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디즈니가 5억달러 이상 투자해 소셜네트워크 게임업체 플레이돔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엔 아이폰용 음악게임을 만드는 태퓰러스를 사들였다.

디즈니는 1990년대부터 이미 비디오게임을 통해 게임사업에 진출했지만 최근 행보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최근 글로벌 미디어업계에 불고 있는 두 가지 트렌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셜네트워크 게임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고,영화와 게임의 융합이 빨라지고 있는 게 그것이다.

플레이돔은 페이스북 가입자가 지난주 5억명을 돌파할 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부상하면서 덩달아 뜨고 있는 소셜네트워크 게임업체다. 페이스북용 게임시장에서 징가와 일렉트로닉아츠(EA)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플레이돔을 즐기는 페이스북 사용자만 매달 4200만명에 이른다. 이 회사의 대표 게임인 소셜시티는 지인(知人)들과 함께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내용이다. 소셜게임의 강점은 '친구야 놀자' 컨셉트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수익 구조도 좋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가상 상품에서 올리고 나머지는 광고에서 번다. " (존 플레전트 플레이돔 최고경영자) 지난해 매출이 5000만달러에 불과한 기업에 디즈니가 베팅하는 이유다. 디즈니는 지난달 플레이돔에 3300만달러를 투자한 벤처캐피털 컨소시엄에도 참여할 만큼 관심을 보여왔다.

디즈니뿐이 아니다. 대형 미디어기업인 비아콤의 MTV네트웍스도 이달 초 소셜게임 개발업체인 소셜익스프레스 인수를 발표했다. 소셜익스프레스는 인기 소셜 게임 '팜빌'의 개발사이자 세계 최대 소셜 게임업체인 징가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다. 징가는 뉴욕타임스로부터 '게임 업계의 구글'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뜨고 있다. 온라인 게임업체 EA도 지난해 4억달러를 들여 신생 소셜 게임업체 플레이피시를 인수했다.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게임업체 더나인도 소셜 게임 인프라기술을 가진 오로라페인트에 지분투자를 했다. 오로라페인트가 만든 소셜플랫폼 오픈페인트를 이용하면 모바일 게임업체들도 소셜 게임을 쉽게 개발할 수 있다.

디즈니는 또 플레이돔 인수를 통해 자사의 캐릭터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 고객과 게임 사용자를 상호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와 게임 간 영역 허물기 트렌드의 또 다른 사례다. 중국 최대의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러더스가 최근 게임업체 베이징장취커지 지분 22%를 1억4850만위안(약 25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양사는 연내 모바일 게임을 공동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엔 중국 국영 영화사인 후난광보영화그룹이 온라인 게임업체 산다와 합작해 자본금 6억위안의 성스영화유한공사라는 영화사를 세웠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