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 중견기업이 잇따라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 · 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업체 가운데 메디슨,디케이티,삼보컴퓨터 등이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상장사 중엔 지난 23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한글과컴퓨터(한컴)를 비롯해 통신장비업체인 K사와 S사,인터넷전화 장비업체인 T사 등이 매물로 나왔다.

국내 의료벤처 1호인 메디슨은 이달 초부터 주인찾기에 나섰다. 최대주주인 칸서스자산운용이 칸서스인베스트먼트3호 사모투자펀드(PEF)가 가진 지분 40.94%를 매각키로 했다. 효성과 일진그룹 등이 메디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 설비 업체인 디케이티는 큐캐피탈이 운용 중인 국민연금 기업구조조정조합 QCP 제11호펀드 지분 39.72%와 QCP3호투자목적펀드 지분 12.20% 등 52%가량을 팔기로 하고 최근 매각 공고를 냈다. 디케이티의 경우 해외 펀드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M&A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들 두 회사는 각각 의료분야와 플랜트 설비분야를 대표하는 스타 벤처기업으로 통하다가 2000년대 중반 부도를 맞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법정관리 상태를 거쳐 PEF에 매각됐고 최근에는 매출과 수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한컴은 최대주주인 셋톱박스업체 셀런이 지분 28%를 매각키로 했다. 지난 23일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 7개 업체가 참여했다. 최근 워크아웃에 돌입한 삼보컴퓨터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셀런이 지분 42.35%를,재무적 투자자인 국민연금 06-7KDBC 기업구조조정조합이 40.24%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과 재무적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인수 대상자를 찾고 있다.

최근 기업 매물의 잇따른 등장은 경기회복 이후 금융권이 기업 구조조정에 돌입한 데다 매물을 찾는 수요자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연기금의 대체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인수 희망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한컴 인수전에 참여한 하나온컨소시엄의 경우 당초 한컴의 예상 매각가인 650억~7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750억원의 인수 희망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컨소시엄은 부동산 개발업체 하나온과 사료업체 세븐코스프,두산계열의 투자 · 컨설팅 전문회사 네오플럭스로 이루어졌다.

메디슨도 매각 추정가격이 2000억원대였지만 최근에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비상장업체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들도 기업공개(IPO) 대신 M&A로 방향을 트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형준 큐캐피탈 전무는 "금융위기를 겪는 동안 바이어스 마켓(매수자 위주 시장)이 형성됐다가 지금은 셀러스 마켓(매도자 위주 시장)으로 완전히 전환됐다"며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당초 예상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태 IBK캐피탈 IB팀장은 "우회상장을 계획 중인 기업들이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상장기업의 몸값도 최근 오른 상황"이라며 "지분율의 20~25% 선이던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금은 기업에 따라 30%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 들어 잇따른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의 설립도 상장사 매물의 몸값을 올리는 요인이다.

고경봉/조귀동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