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강판값 못올려 준다" 철강업계와 마찰
GM대우자동차와 포스코가 자동차 원재료인 냉연강판 가격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포스코 측이 철광석 등 원자재값 급등을 이유로 12~14%의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GM대우 측은 한꺼번에 큰 폭으로 올릴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 철강업체들이 납품가격 문제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대기업간 '갑 대 갑' 협상으로 2008년 이후 약 2년 만에 이뤄지는 가격인상 협의란 점에서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철강값 10% 이상 올려야"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JFE스틸 등 일본업체들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대해 가격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철광석 유연탄 등을 생산하는 해외 대형 원료업체들이 올 들어 납품 가격을 크게 올린 탓이다.

포스코는 각사와 개별 협상에 앞서 지난달 자동차와 가전용 소재인 아연도금 강판 출하가격을 t당 112만원으로 이미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종전보다 20% 올린 데 이어 5% 추가 인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가격인상 폭은 자동차 업체들의 사정을 고려해 원료 상승분의 절반만 반영한 수치"라며 "나머지 인상분을 자체 비용절감을 통해 메우고 있는데,자동차업계가 불만을 갖고 있다면 이는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체들은 하반기 산업수요가 불안한데다 소비자 단체의 차값 인하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분기별 가격변동'도 쟁점

철강업체들은 협상 과정에서 연간 단위 계약 관행을 분기별 계약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원재료의 국제 시세를 즉각 강판 가격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다. 현대 · 기아차 등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분기 단위 계약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는 "호주 브라질 등 해외 광산업체들이 원료값을 대폭 인상하며 분기별 가격 협상체제를 요구했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분기별 가격변동 체제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원재료 가격이 단기간 오를 수 있지만 오히려 떨어질 경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8년 최고점을 찍었던 자동차용 강판 가격은 작년 한때 하락세로 전환,t당 70만~80만원 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분기별 가격변동 체제를 받아들이고 강판값을 이번에 소폭 올려주는 선에서 접점을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차값 올리기 힘들어"

자동차 업체들은 강판값 인상에도 불구하고,오히려 차값을 내려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다음 달 초 출시할 신형 아반떼 가격을 1490만~1950만원으로 책정했다. 직분사 엔진과 6단 변속기,후방 주차보조 장치 등을 감안할 때 구형보다 150여 만원 가격을 낮춘 셈이다.

GM대우 역시 오는 9월 선보일 준대형 세단 알페온 가격을 30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경쟁 모델인 기아차 K7보다도 낮추기로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차값에서 부품업체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부품값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며 "하지만 수입차와의 경쟁이나 소비자 불만을 고려할 때 원가가 올랐다고 해서 차값을 인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장창민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