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는 증시 흐름을 낙관하지만 하반기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변수입니다. 기업 실적이 강하게 받쳐주지 않는 한 3분기에 일시 조정이 예상됩니다. "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26일,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지수 전망치를 높일 타이밍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선행지수 등 객관적인 경제지표 움직임이 여전히 아래를 가리키고 있다는 이유다.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다면 '서머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년째 한경비즈니스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주목받아 왔으며 올 상반기 평가에서 1위에 오른 투자전략가다. 올초 국내 증시 상승과 지난 5월 조정장을 예측하는 등 고비마다 적절한 투자의견을 낸 덕분이다. 퀀트(계량적) 분석가답게 시장 분위기보다는 객관적 지표에 따라 자신만의 참신한 분석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 부장은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계속 높여가는 데 대해 "미국 등 기업 실적 시즌 영향과 유럽 재정위기 완화 때문이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한국 증시의 차별화"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2분기까지 강한 실적 호전을 보여주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공격적인 외국인 매수세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외국인은 한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을 사기 위해 한국 주식을 사들인다"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IT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외국인 매수기조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은 외환위기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고 이후 2008년까지 순매도했는데 이는 한국 IT기업의 성장 · 쇠퇴기와 일치한다는 것.

다만 한국과 미국 등의 경기가 둔화국면에 있어 하반기 외국인 매수 강도는 상반기보다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같은 이유로 지난해와 같은 서머랠리는 나타나기 어렵다"며 "경기보다 후행하는 기업 실적의 특성상 2분기와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2011년말까지는 재연되기 힘들것"이라고 예상했다. 3분기에는 조선,정유,기계,건설,증권 등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업종에서 투자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분기 실적 호전주 중에서 외국인과 기관에 노출이 덜 된 중소형주가 단기투자용으로 매력적이라는 조언이다.

조 부장은 "3분기 조정을 거치고 나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강한 상승이 기대된다"며 "이때는 다시 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1550~1850으로 예상했다. 지수 하단을 1600선 이상으로 높여잡은 다른 증권사들보다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지수 2000을 넘어서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점쳤다.

'3분기 조정론'에도 변수는 있다. 바로 기업가치의 재평가(re-rating) 여부다. 그는 "강한 상승장이었던 2004~2005년 국내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까지 오른 적이 있다"며 "하지만 당시 강한 수급의 배경이 됐던 적립식 펀드 열풍이 잦아든 데다 이머징 시장의 인프라 투자도 그때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기인 자문형 랩 역시 당시의 펀드 인기를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글=김유미/사진=허문찬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