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큰 기업이 항상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 " 미국 시스코시스템스 CEO,존 체임버스가 한 말이다. 제품 수명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기술 변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GM 소니 모토로라 등 거대 기업들은 순간의 방심으로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블의 '속도와 거리' 법칙에 따르면 지구에서 더 먼 별일수록 은하계에서 더 빠른 속도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한번 기회를 놓쳐 중심에서 밀려난 기업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거나 장기간 침체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속도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스피드의 첫 번째 요소는 '먼저'다. 경쟁자보다 빨리,기회를 선점해서 시장 선도자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애플은 최근 신모델 '아이폰4'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가 술집에 갔다가 프로토타입을 분실하는 위기를 겪었다. 프로토타입에 관한 정보들이 경쟁사에 흘러들어가리라고 예상한 스티브 잡스가 내린 지시는 단 하나였다. "정보가 완전히 유출되기 전에 서둘러라.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속도다. "

애플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프로세서를 만드는 단계부터 제품 조립과 배송에 이르기까지 공급업자들을 공동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경쟁업체에 정보가 새기 쉬운 구조다. 이런 환경에서 선두를 지키기 위해 애플은 경쟁자보다 빨리 움직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두 번째 스피드의 요소는 '빠르게'다.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사업 재편 임무를 맡고 취임한 지 나흘 만에 9 · 11 테러를 맞았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는 '1~2위가 아닌 사업은 재구축하거나 매각한다'는 GE의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면서 적시에 판단을 내렸다. GE가 2004년 이후 11분기 동안 8%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낸 이유다.

GE의 스피드 경영을 뒷받침하는 것은 전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한 GE 기업들의 각종 경영성과와 경제지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사소한 경영상황 변화에도 즉각 대응하는 '디지털 조종석(digital cockpit)' 시스템이다. 확고한 원칙과 실시간 정보채널을 바탕으로 GE는 자신감 있는 스피드 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요소는 '적시에'다. 시장의 요구에 제때 대응하고 제품을 실시간에 가깝게 공급하는 것이다. '패스트 패션' 열풍을 몰고 온 글로벌 의류기업 자라가 좋은 사례다. 자라는 '트렌드 정찰자'로 불리는 200여명의 디자이너들을 고용해 백화점 쇼핑센터 등 현장을 돌면서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 각 매장은 최소 매주 2번씩 물건이 들어오고,2주반이 지나면 전 제품이 새것으로 교체된다. 자라는 이를 위해 모든 옷을 딱 10만~35만벌만 소량 한정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물량 부족이 우려될 수도 있지만,소비자들은 이 전략 때문에 "오늘 안 사면 못 산다"는 구매 경향을 보인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스피드 경영의 핵심 요소는 대응 속도를 높이고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는 '먼저,빠르게,적시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에 필요한 스피드의 요소는 무엇인지 고민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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