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가 내년 1월로 예정된 석유 및 화학부문 분사를 앞두고 마땅한 자회사명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웬만한 이름들은 이미 계열사들이 쓰고 있거나 트렌드와 맞지 않아 여러 차례 작명 회의를 가졌지만,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화학 부문 자회사명으로는 예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이름이 사용불가 상태다. SK 뒤에 케미칼을 넣는 방법을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SK케미칼이 이미 쓰고 있어 애초부터 후보에서 제외됐다.

석유화학이란 이름을 붙이는 안이 있지만 자칫 고루한 인상을 줄 수 있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이 올 3월 한화케미칼로 이름을 바꾼 데 이어 호남석유화학도 개명을 고려중인 마당에 '석유화학'명패를 다는 것은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석유화학의 줄임말 격인 '유화'를 붙인 SK유화가 이미 자회사로 있는데다 영문명이 '페트로케미컬(petrochemical)'로 겹치는 등 이래저래 걸리는 데가 많다.

화학업계 1위 기업인 LG화학처럼 단순히 SK화학으로 정하는 안이 있지만 이 역시 최근 추세와 맞지 않고,영문명에서 SK케미칼과 충돌하게 된다.

석유 부문은 SK정유나 SK오일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히지만,고루한 느낌의 이름이라는 점이 걸린다. SK에너지석유 또는 SK에너지화학 등의 이름으로 정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지나치게 길고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23일 구자영 사장이 실적발표회에서 밝힌 것과 같이 해외 메이저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GS칼텍스나 삼성토탈 등과 같이 합작선의 이름을 붙이는 안도 거론된다. SK에너지는 분사되는 자회사명이 마땅치 않자 결국 브랜드 대행업체에 작명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