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에도 처리할 회사 업무가 있어 멀리 지방으로 떠나지 못하고 대신 1주일간 집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꼭 바다가 아니더라도 시원한 서점에서 딸에게 책 읽어주는 것도 좋은 바캉스인 것 같아요. "

서울 종로구 서린동 영풍문고 종로본점에서 26일 만난 회사원 김성옥씨(38)는 다섯 살 딸을 무릎에 앉혀 놓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바다로 떠나는 피서 대신 김씨처럼 도심 속 서점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나려는 사람들로 평일 낮에도 대형 서점은 붐비고 있었다.

외국어나 경영 코너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몰렸다. 영풍문고 본점에서 토익 수험서를 고르고 있던 대학생 이기홍씨(27)는 "오늘처럼 무덥고 습한 날엔 집이나 학교 도서관에서나 버티기가 힘들다"면서 "에어컨 바람을 마음껏 쐬려고 서점으로 직행했다"고 말했다. 여름 퇴근길이나 주말에 대형서점을 자주 찾는다는 회사원 김지숙씨(26)는 "퇴근길에 더위를 참지 못하면 시원한 서점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대형서점에서 여름에 가장 특수를 누리는 곳은 어린이 코너였다. 같은 날 교보문고 강남점을 찾은 주부 최희은씨(33)는 "아들에게 책을 보여주려고 서점을 자주 찾는다"면서 "아직 돌인 아들에게는 서점이 춥게 느껴질 수도 있어 양말을 챙겨왔다"고 말했다. 두 아들과 함께 책을 고르고 있던 주부 안모씨(38) 또한 "여름에 시원해서 대형서점을 자주 찾게 된다"며 "대형서점에는 책 말고도 문구류 등 볼 게 많이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강남점의 이선영 어린이파트 대리는 "여름의 경우 방학과 맞물려 전체적으로 서점 방문 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편"이라며 "특히 유아 및 초등학생의 경우 주말에는 다른 계절 대비 3배,평일에는 2배가량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대리는 또 "여름에는 전체 온도를 26도로 맞추는데,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은 인파가 적어 상대적으로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움직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덩달아 대형서점 인근 매장들도 폭염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영풍문고 관계자는 "인근 서점의 휴업과 방학철,폭염 등의 효과로 매장 고객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고운/임현우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