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국민은행장 내정자(56)는 "조기에 조직 안정을 달성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26일 열린 KB금융지주의 계열사대표 추천위원회에서 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된 직후였다. 민 내정자의 발언에 그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가 그대로 담겨 있다. 다름아닌 영업력 회복과 조직안정이 그것이다. 국민은행은 2분기 3000억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력 회복이 급할 수밖에 없다. 1년여 동안 경영권이 흔들린 데다 은행장 선임과정에서 조직은 이완될 대로 이완됐다. 영업력을 회복하려면 하나로 묶어내야만 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30여년간 국민은행에 몸 담아오면서 주로 영업일선에서 뛰어온 그를 은행장으로 발탁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신망 두터운 덕장"

어 회장은 민 내정자에 대해 "직원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더라"며 "집행력 있는 성품과 덕장으로서의 이미지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방대한 조직을 총괄하며 2만5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한 군데로 묶어내 영업력을 극대화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민 내정자는 1981년 옛 국민은행에 입행한 뒤 영동지점장,경서지역본부장 등을 거쳤다. 2008년 말부터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경력에서 알수 있듯이 주로 영업현장에서 30여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나타나는 국민은행의 강점과 약점을 두루 체득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민 내정자도 "30년간 국민은행에 몸 담고 있으면서 영업의 문제점과 어려움 등을 잘 알고 있다"며 "은행을 경영해 나가는 데 이러한 점들을 잘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2001년 주택은행과 통합한 후 내부에서 행장이 나오지 않은 것도 민 행장 내정자가 발탁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통합 국민은행 초대 행장인 김정태씨는 증권사 출신이다. 전임 행장인 강정원씨는 외국계 은행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행장은 내부 출신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어 회장도 일찌감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행장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전 · 현직 임원 중에서 행장을 물색해왔다.

◆영업력 강화와 조직 안정화

민 내정자는 앞으로 국민은행의 영업력과 생산성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와 조직혁신 등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어 회장이 맡고 영업은 민 내정자가 책임지는 이른바 '역할분담'에 충실할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국민은행은 전임 KB금융 회장들이 중도 사퇴하며 사실상 경영 공백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은 직원 수만 많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은행으로 전락했다.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은 2017만원으로 신한은행(4561만원)의 절반,우리은행(3080만원)과 하나은행(3227만원)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은 2분기에 30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 내정자는 "2분기 실적이 안 좋게 나오는 등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민 내정자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가계영업 쪽에 치중된 영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기업영업 쪽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 내정자는 행장 선임 과정에서 설문조사가 도입되며 심화된 옛 국민은행 출신 직원들과 주택은행 출신 직원들 간의 갈등을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정치권의 최고 경영자(CEO) 선임 개입 논란에 시달리면서 저하된 임직원 사기도 끌어 올려야 한다. 또 어 회장이 비만증에 걸렸다고 표현한 국민은행의 구조조정도 단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