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 · 인터넷 연설에서 "결혼 이주 여성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에 거듭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면서 우리 사회가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열린 사회'가 돼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은 이미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제결혼은 3만3300여건으로 전체 혼인의 10.8%를 차지했다. 특히 농어촌 총각은 10명 중 4명꼴로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 한국인 남편을 만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이 11만8000여명에 이르고 보면 이들이 부인, 엄마, 며느리인 다문화가정은 낯설지않은 가족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과 자세는 솔직히 부끄러운 수준인 것이 사실이다. 홀대와 편견이 여전한데다 상당수 국제결혼 중개회사들이 불법 · 편법 영업을 일삼으면서 국내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 말썽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결혼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반한(反韓) 감정까지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외국인의 기여도는 높다.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120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우리 청년들이 취업을 꺼리는 이른바 3D업종의 노동력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취업자 68만여명 가운데 66%가 30인 미만의 영세업체에 근무한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외국인과 다문화가정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꺼이 보듬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정부도 이를 위해 외국인 신부와 근로자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정주화(定住化) 정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이들의 '코리안 드림'을 뒷받침해야 잠재적인 사회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제기반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