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규모 이익날 때 미래사업 투자 앞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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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투자 두자릿수 늘 듯
LG, 파주 소형LCD라인 확충
SK, 서산에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 탕정 OLED 설비 확충
LG, 파주 소형LCD라인 확충
SK, 서산에 배터리 공장 신설
삼성, 탕정 OLED 설비 확충
26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정문을 들어서자 마치 신도시 개발 현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앙에 자리잡은 P7 건물 주변으로 사방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들어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파주 클러스터 곳곳에 건물과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단지 중앙 왼쪽에는 신규 공장 건물(P9)을 세울 터닦이 공사가 한창이고 창고 건물도 새로 짓고 있다. 단지 뒤편 파주의 명물로 통하던 축구장도 공사장으로 변했다. 올 들어 채용을 크게 늘리면서 신입 사원들이 근무할 사무동을 마련하기 위해 파랗게 잘 자란 잔디마저 걷어내고 있다.
대기업들이 하반기 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국내 산업현장 곳곳에서 신 · 증설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12조원의 투자를 결정한 LG디스플레이 파주 단지에서는 동시에 3개 이상의 대형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투자 늘려
2조5000억원을 들여 신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을 만드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탕정 사업장,태양광 생산능력을 두 배로 키우고 있는 현대중공업 충북 음성 공장에서도 신 · 증설이 한창이다. 대기업들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안주하지 않고 늘어난 실탄을 활용,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앞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올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투자를 확대한 지난해 같은 때보다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에너지도 이날 충청남도와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 5월 말 대전 SK에너지 기술원에 100㎿h 규모의 전기차용 1호 생산라인을 구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시장 선점을 위해 추가 투자를 집행키로 했다. 서산시 서산일반산업단지 내 23만1000㎡(7만평) 부지에 2012년까지 500㎿h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다. 500㎿h는 한 해 약 50만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회사 측은 이번 공장 증설로 충남지역 고용 확대와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발전연구원은 SK에너지의 투자가 앞으로 5년간 충남에 1조6000억원의 생산유발과 1만여명 고용 창출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시황이 좋지 않은 데도 과감한 신규 투자를 결정한 사례다. 다음 달 TV용 패널 감산을 고려할 정도로 시장전망이 불투명하지만 그간 약점으로 꼽혀온 소형 LCD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라인을 증설키로 결정했다. 새로 만들 라인에서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는 정보기술(IT)기기용 소형 LCD를 생산하게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게 LG디스플레이의 판단이다. LG화학은 충북 오창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파주에 LCD용 유리기판 공장을 각각 신축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용 소형 OLED의 공급이 달릴 만큼 호황을 누리고 있는 SMD도 기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제품인 OLED TV 투자까지 시작했다. 내년 7월부터 세계 최초로 5.5세대(1300×1500㎜) OLED 라인을 가동하는 데 이어 2012년에는 대형 TV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8세대 라인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올 하반기 투자 두 자릿수 증가
전자 분야에서 시작된 설비 투자가 하반기 들어 철강,신재생에너지 분야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연간 투자액을 당초 9조3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늘린 10조4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대우인터내셔널 등 기업 인수뿐만 아니라 포항 4고로 개수,광양 후판공장 준공,원료 투자 자금 등이 늘어날 것을 예상해서다.
현대중공업,LG전자 등 태양광 분야 국내 1,2위를 다투는 업체들도 증설 경쟁에 나서고 있다. 태양광 등 미래사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의 잇단 설비투자는 관련 장비와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에도 단비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미 상반기 공시된 상장법인의 신규 설비 투자액만 지난해 대비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시설투자 금액은 모두 6조6554억원에 달했다. 공시 건수도 지난해 33건에서 올해 74건으로 갑절 이상 늘어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올 하반기 대기업 투자 규모를 잠정 집계해보니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기업 스스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계에서 투자 독려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