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수정하나] 中企 "대기업 납품가 인상 인색"…3ㆍ4차 협력업체일수록 '아우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기회복 '수혜 양극화' 불만
甲乙 넘어 수평적 관계 만들어야
甲乙 넘어 수평적 관계 만들어야
"트리클 다운(대기업 호황에 따른 중소기업 수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1,2차 부품업체)
"납품 단가를 낮춰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다. "(3,4차 납품업체)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최근 경기회복세에 따른 성과 배분 문제에서 주로 표출되고 있다. 정보기술(IT),플랜트,자동차 산업 등의 호황으로 대기업과 계열 · 핵심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뚜렷이 개선되고 있는 데 비해 비계열 · 비핵심 부품업체들은 아직 온기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경기회복기로 접어들면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완성차 계열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8% 선에서 최근 9%대 중반까지 올라갔지만 같은 기간 비계열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3%대에서 2%대 중반까지 하락했다"며 "핵심 업체와 비핵심 업체 간 경영 성과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종에서도 핵심 부품업체와 비핵심 부품업체 간 수익률 차이가 극명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 부문 리딩업체로 꼽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26일 105% 급증한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3.5%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완성품 업체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비핵심 분야인 후공정 장비나 관련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중소 IT업체들은 최근 영업이익률이 2~3%에 머물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납품 단계별로도 1,2차 납품업체와 3,4차 납품업체 간 수익성 차이가 크다. 1,2차 납품업체들은 대기업이 납품 물량을 줄이거나 하도급 단가를 깎을 경우 3,4차 업체에 이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경기회복기에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만 수혜를 받는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중소기업의 불만이 쌓이던 상황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 문제,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잇단 진출 등이 대 · 중소기업 간 갈등을 폭발시킨 촉매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구매대행사업(MRO)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걸 중소기업 업종 침해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적처럼 원자재 가격 납품단가 반영 문제도 중소기업의 불만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래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만큼 부품의 납품단가를 올려준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3.9%에 그쳤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일부만 반영된다'는 답은 47.1%,'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44.2%에 달했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대 · 중소기업이 더 이상 갑을(甲乙) 관계가 아니라 수평 협력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구매담당 임원의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원가계산서 요구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이 잘돼야 중소기업이 잘된다는 점에는 중소기업인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과의 관계도 있지만 인력 충원 등 본질적인 문제가 더 크다"며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게 뭔지 다각적으로 살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납품 단가를 낮춰 벌이는 그들만의 잔치다. "(3,4차 납품업체)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불만은 최근 경기회복세에 따른 성과 배분 문제에서 주로 표출되고 있다. 정보기술(IT),플랜트,자동차 산업 등의 호황으로 대기업과 계열 · 핵심 부품업체들의 실적이 뚜렷이 개선되고 있는 데 비해 비계열 · 비핵심 부품업체들은 아직 온기를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경기회복기로 접어들면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완성차 계열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8% 선에서 최근 9%대 중반까지 올라갔지만 같은 기간 비계열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3%대에서 2%대 중반까지 하락했다"며 "핵심 업체와 비핵심 업체 간 경영 성과 격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종에서도 핵심 부품업체와 비핵심 부품업체 간 수익률 차이가 극명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장비 부문 리딩업체로 꼽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26일 105% 급증한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3.5%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완성품 업체를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비핵심 분야인 후공정 장비나 관련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중소 IT업체들은 최근 영업이익률이 2~3%에 머물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납품 단계별로도 1,2차 납품업체와 3,4차 납품업체 간 수익성 차이가 크다. 1,2차 납품업체들은 대기업이 납품 물량을 줄이거나 하도급 단가를 깎을 경우 3,4차 업체에 이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경기회복기에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만 수혜를 받는 상황"이라며 "안 그래도 중소기업의 불만이 쌓이던 상황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 문제,중소기업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잇단 진출 등이 대 · 중소기업 간 갈등을 폭발시킨 촉매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업형슈퍼마켓(SSM)과 구매대행사업(MRO)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걸 중소기업 업종 침해 사례로 지적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적처럼 원자재 가격 납품단가 반영 문제도 중소기업의 불만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거래 대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만큼 부품의 납품단가를 올려준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3.9%에 그쳤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일부만 반영된다'는 답은 47.1%,'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44.2%에 달했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대 · 중소기업이 더 이상 갑을(甲乙) 관계가 아니라 수평 협력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기업 구매담당 임원의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원가계산서 요구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이 잘돼야 중소기업이 잘된다는 점에는 중소기업인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대기업이 먼저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과의 관계도 있지만 인력 충원 등 본질적인 문제가 더 크다"며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게 뭔지 다각적으로 살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