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주식시장에서 가장 소외받은 업종은 통신이었다. 통신주는 주식도 아니다는 말이 많이 회자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펀더멘털(내재가치)이 강한 기업으로 KT와 SK텔레콤이 늘 꼽혀 왔다. 최고 배당주로서 주식시장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외국인은 투자 한도를 꽉 채운 지 오래다. 이쯤이면 통신주가 헷갈릴 만도 하다. 그렇다면 통신 업종의 기나긴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

◆네 가지 부진 이유


우선 신규 성장동력 개발에 미흡했다. 통신업체가 씨는 잘 뿌렸지만 실제로 성장 열매를 딴 것은 NHN 등 인터넷 기업과 삼성전자 등 휴대폰 및 장비제조 업체였다. 통신 네트워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둘째 비생산적인 과도한 경쟁이 화근이었다. 국내 통신업체의 마케팅 비용 규모는 지나치다. 생산적이지 못한 비용 지출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셋째 기업 인수 · 합병(M&A) 등 산업구도 개편이 늦었다. 규모의 경제를 강화하고 본원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시기를 놓침으로써 M&A로 인한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넷째 과거 정부의 비대칭적인 규제도 산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부정적이었다. 정부의 규제가 소비자 후생 증진,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주파수는 국가 보유의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거 강력한 비대칭 규제가 KT와 SK텔레콤의 발전속도를 늦추게 한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상의 이유에서 아직까지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과열 경쟁이다. 매 분기 실적 발표 때 통신 업종의 단골 이슈는 마케팅 비용이다. 과열 경쟁이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키고,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마케팅 비용이 통신 업종의 확실한 아킬레스건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더구나 마케팅 비용은 시장과 통신업체 간 신뢰의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통신업종에 긍정적 변화 조짐


하지만 통신 업종에도 반전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긍정적인 이슈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하면 무선인터넷 성장성,B2B 성장 잠재력,마케팅 비용 규제 등이다. 결론을 먼저 언급하면 이들 세 가지 이슈가 1년 이내에 통신 업종과 통신주에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따라 주가의 재평가와 함께 완만한 주가 상승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선인터넷 성장세가 주가 상승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인터넷의 고성장은 이미 진행형이다. 여기에 무선인터넷 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네트워크 투자 등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액요금제로 무선인터넷에 대한 요금 거부감이 줄어들고 있어 이 부문의 성장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둘째 향후 통신 업종의 본격적인 도약은 B2B와 B2G가 될 전망이다. B2B는 기업 간 거래이며,B2G는 B2B가 정부 대상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KT와 SK텔레콤의 B2B,B2G 사업이 최근 빠르게 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을 근간으로 스마트시티(u시티),IT 인프라 아웃소싱,영상회의,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텔레매틱스(MIV:Mobile in Vehicle)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가 B2B 스마트폰용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SK 삼성 효성그룹 등 많은 기업들이 갤럭시S를 선택하고 있다. 갤럭시S와 더불어 아이폰4 또한 기업용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야흐로 B2B 시장의 고성장은 곧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바일 오피스 시장의 확대는 통신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는 기업 시장 특성상 높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해지율이 극히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모바일 오피스 시장이 향후 3년간 연평균 18.3%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과 2012년 시장 규모는 각각 3조8700억원,4조8100억원 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4분기께는 시장 안정화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는 통신주 향방에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신성장 동력을 보여주더라도 마케팅 비용이 많으면 주가 상승이 어렵다. 4분기부터 시장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규제당국의 의지에서 비롯된다. 규제당국은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이를 생산적인 투자로 전환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접속료 재조정,대당 보조금 제한 조치,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 등이 통신업체에 현실적인 압박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제 막 신성장동력을 개척해 나가려는 통신업체에도 마케팅 비용 절감은 현실적인 과제로 급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