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 트리즈'는 국내 전문가들이 개발해 세계 트리즈계에 소개한 방법론이다. 고전 트리즈는 옛 소련에서 나온 기법으로 용어가 어렵고,문제 해결 도구가 지나치게 많으며 적용 프로세스도 복잡하다. 특히 트리즈 초보자가 문제의 핵심 원인이 되는 모순을 찾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트리즈 전문가나 많은 시간 동안 트리즈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면 이를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반해 '퀵 트리즈'는 간단하며 문제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빠른 시간 안에 배우고 실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퀵 트리즈'를 삼성전자 트리즈팀이 활용하는 '다게브[DAGEV:Define(문제 정의)→Analyze(문제 분석)→Generate(문제 해결안 도출)→Evaluate(평가)→Verify(검증)]'라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상에서 설명해 보자.

먼저 주어진 문제를 기술하고 정의해 본다. 문제 정의 단계를 구성하는 방법은 문제를 자연스럽게 기술하고,그림으로 문제 상황을 그린다. 문제 상황의 그림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 문제의 해결 방향,목적을 기술한다. <그림1>의 예처럼 세종시 이전 문제를 정의해 보자.이런 표 밑에 현재안을 적당한 그림으로 표시하고,이상적으로 원하는 상태는 여러 가지가 갖춰진 이상적 모습으로 그리면 된다.

트리즈에서는 시스템(비용,수단)이 없으면서도 원하는 바,즉 목적과 기능(function)을 달성한 상태를 상상하게 한다. 고전 트리즈에서는 이를 'IFR(Ideal Final Result · 이상적인 최종 해결책)'이란 생소한 용어로 표현한다. 원하는 '기능/시스템'의 형태로,시스템 없이 원하는 기능을 달성하는 무한 가치의 개념이며 문제 해결의 최고 경지를 말한다.

이것은 마치 어두운 밤에 배가 항해할 때 등대가 방향을 제시해 주듯이 이상적으로 원하는 상태,즉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꿈(dream)을 표현해 준다고 하겠다. 이것은 현재까지 나와 있는 해결 방법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벗어나게 도와줘 원하는 기능을 값싼 자원(resource)과 다른 방법을 활용해서 해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준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어느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라'는 것처럼 막연하게 문제 해결의 큰 방향만을 제시해주는 데 그치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동쪽 방향으로 100m 달리기'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주는 것이 필요하고,그렇게 해야 문제 해결자나 평가자로 하여금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상적으로 원하는 상태로의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인 문제 해결 목표를 정하는 데는 다음에서 설명하는 'ENV(Element-Name-Value의 약자)' 모델이 효과적이며,나중에 과제 해결을 평가할 때 정량적인 평가 지표로도 사용될 수 있다. <그림2>에 그 예를 표시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우리는 경험이나 직관,또는 알고 있는 지식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해결책이나 수단이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세종시 문제는 '국토 균형 발전'이란 목적을 위해서 '행정부를 이전한다'는 해결책과 수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수단이 '행정의 비효율이 크다'는 새로운 문제,딜레마 혹은 고민,모순을 만들어 낸다. '국토 균형 발전'과 '행정 비효율 제거'라는 상반되는 목적을 값싸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 상황이 된 것이다. 이 내용을 '퀵 트리즈'의 갈등 분석도(conflict diagram)로 분석해 보면 <그림3>과 같이 더 명확하게 그려진다.

퀵 트리즈 프로세스에서는 수단 D를 반대로 뒤집은 수단을 D′칸에 쓰게 한다. 즉… '행정부를 이전하지 않는다'를 D′칸에 넣는다. 그런 다음 상반되는 두 목적인 B와 C를 모두 만족하는 문제 해결의 목표를 A칸에 기술해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만족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시각화시킨다. <그림4>에서 볼 수 있듯이 퀵 트리즈 프로세스의 갈등 분석도는 문제 상황,딜레마,갈등,모순 상황 및 문제 해결의 큰 방향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해 준다.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행정부를 이전'해야 하고,그로 인한 '행정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행정부를 이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갈등 상황이 잘 기술돼 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목표로 '균형 발전과 행정 비효율 제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값싸게 해결해야 한다는 것으로 문제가 체계적으로 분석된다.

문제의 원인을 '행정부 이전'과 '행정부를 이전하는 않는다'는 '해결책과 수단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고,'균형 발전'과 '행정 비효율 제거'라는 '목적 간의 갈등'을 동시에 해소해야 하는 것으로 문제 상황을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사례에서 '행정부는 이전'하기도 해야 하고,'이전하지 말기도'해야 한다는 상충되는 갈등에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딜레마를 트리즈에서는 '물리적 모순(physical contradiction)'이라고 부른다. 이 물리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한 네 가지 '분리의 원리(separation principle)'와 그 사례들을 적용해 값싼 자원(resource)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내 본다. 이 과정에서 관련된 전문 지식과 정보,그리고 그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내어 본다.

다음으로 '균형 발전'과 '행정 비효율 제거'를 보여주는 '목적 간의 갈등'을 트리즈에서는 '기술적인 모순(technical contradiction)'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적인 모순 해소의 방법은 40가지 '발명,문제 해결 원리(inventive principles)'에 있다. 40가지 문제 해결 원리는 기술 분야의 우수한 특허들에서 추출된 기술적인 실제 사례들과 함께 최근에는 비즈니스 및 생활 분야 사례들을 재해석해 정리돼 있다. 지면상 모두 소개할 수 없으므로 시중에 나와 있는 트리즈 책과 온라인 교육 과정 및 인터넷상에서 그 상세 정보를 얻기 바란다.

세종시 갈등 문제를 보면 크게 '균형 발전'을 '행정부 이전'이란 해결책,수단으로 '행정 비효율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거나 그 반대로,'행정부를 이전하지 않으면서 다른 수단으로 균형 발전'을 한다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이를 위해 목적 간의 갈등,수단 간의 갈등(또는 딜레마,모순)을 해소하는데 트리즈의 여러가지 문제 해결 원리를 체계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해 도출될 수 있는 몇 가지 아이디어만 적어 본다. 먼저 '행정부 이전'으로의 문제 해결 방향을 생각해보자.다섯 가지 정도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아이디어 1.행정부 분할 이전:청와대 근처에 있어야 좋은 부처(예:국방부,외교부)는 잔류시키고 옮겨도 영향이 적은 부처(예:교육과학기술부,문화관광부)는 분할해 이전한다. (발명 원리1번 '분할') △아이디어 2.행정부를 이전하되 화상회의 적극 활용(발명 원리 22번 '중간매개체') △아이디어 3.행정 도시이름을 살리고 내용은 조정('전체와 부분'의 분리 원리) △아이디어 4.세종시 지역을 수도권과 통합(발명 원리 5 번,'통합') △아이디어 5.KTX 철도의 광명역 근처에 국무조정실을 둠(발명 원리들 및 자원 활용 방법).

두번째로 '행정부 불이전'으로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는 당초 여당이 추진하다가 그만둔 대로 세종시를 과학 · 기업도시로 육성하는 것이 아이디어(발명원리 13번,'역발상,다른 방법')다.

이런 아이디어 외에도 이 문제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갖고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체계적으로 더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도출된 아이디어들에 대한 평가(evaluate)단계는 프로세스의 최종 단계로 제시된 아이디어들과 관련된 전문 지식과 현실 상황 등이 더 고려되고 추가 및 보완돼 구체적인 실행 가능한 해결안으로 다듬어져야 한다. 실행에 옮기기 전에 평가된 아이디어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것이 마지막 검증(verify) 단계다.

이와 같이 퀵 트리즈 프로세스는 트리즈 초보자들도 20시간 정도의 교육 및 실습과 함께 실제 문제 해결에 관한 트리즈 전문가의 코칭을 받으면 단시간 안에 유용한 1차 아이디어들을 낼 수 있게 해 준다.

지난 2년 동안 대학에서 이뤄지는 창의적 설계교육과 중소기업 현장에서 퀵 트리즈를 활용한 문제해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정이나 민원해결에서 이 프로세스를 적용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우수한 아이디어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문제 분야에 관한 전문 지식과 함께 트리즈의 복잡한 다른 방법들이 추가적으로 더 활용돼야 한다.





이경원 한국산업기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