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체들이 납품단가 인상과 결제기한 단축을 요구하며 일부 건설업체를 상대로 레미콘 공급을 중단했다.

27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한국레미콘공업협회와 서울 · 경기레미콘협동조합 소속 회원사들은 지난 25일부터 한양과 KCC건설,진흥기업,휴먼텍코리아 등 4개 건설회사의 7개 사업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했다.

레미콘 업체들은 단가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납품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업체들은 이에 앞서 지난 15일 이들 건설사를 대상으로 대금결제기한을 90일(수령일 기준)로 단축하고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를 하지 않는 등 상생협력을 위한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A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어음결제 기일은 보통 5~6개월이고 늦으면 8개월 후 지급하기도 한다"며 "레미콘 수요는 감소하고 어음결제는 늦어져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대금을 떼일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등 자칫 레미콘 업계로 유동성 위기의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레미콘 업체들은 올 들어 레미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0% 정도 올랐는데 납품가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현재 레미콘 납품가격은 표준단가의 약 91% 수준이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85%선도 지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 업계 영업조직 단체인 영우회 관계자는 "요구 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레미콘 공급을 거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이번 레미콘 공급 중단을 레미콘 업계의 단가 인상 압박수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가나 결제 방식의 문제라면 건설 현장 전체에 공급을 중단해야하지만 현재는 일부 사업장에만 공급을 끊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을 강조하고 나선 시점에 레미콘 업체들이 납품가 인상을 들고나온 점도 주목하고 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지난주 레미콘 업계에서 요구한 단가인상에 대한 검토를 하던 도중에 공급 중단 통보를 받았다"며 "아직까진 큰 타격이 없으며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계와 건설업계 간의 레미콘 단가 협상은 28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