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기금 자산이 300조원을 넘어섰다.가입자들이 낸 보험료와 연금 운용수익 등을 합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3일 시가 기준으로 금융자산과 복지·기타부문 자산(3973억원)을 더한 기금 자산이 300조31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주가가 박스권을 돌파하며 강한 상승세를 보였던 지난 26일에는 보유 주식 평가액이 늘어나서 금융자산만 300조1619억원,총 자산은 300조5592억원에 이르렀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기금운용 수익금만 12조7214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1988년 이후 지난 6월까지 누적수익금은 122조7000억원 수준이다.누적수익률은 6.61%였다.

◆5년 후엔 500조 예상

국민연금기금은 1988년 1월 설치된 후 2003년 5월 100조원을 넘어섰다.4년만인 2007년 4월 2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년만에 300조원까지 자산이 불어났다.2015년에는 500조원,2040년대에는 24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일본의 공적연금(GPIF),노르웨이 글로벌연금펀드(GPF),네덜란드 공적연금(ABP)에 이어 세계 4위다.2040년 무렵에는 세계 최대규모 연기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점점 더 빠르게 돈이 쌓이는 이유는 돈을 내는 사람에 비해 받아가는 사람이 아직 적기 때문이다.조성된 지 22년 밖에 되지 않은 아직 ‘젊은 연금’이어서 현재 60세 이상 노인층에서 수급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다.

그러나 앞으로 수급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저출산 추세로 가입자들이 내는 돈이 줄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국민연금공단은 2044년부터 60년까지 17년 사이에 기금이 급격히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 방향 고민

기금 규모가 급속히 불어나면서 이를 적절히 운용할 방법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과거 국채 등 안전자산 위주였던 투자 패턴은 2000년대 중반부터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2005년 무렵 본격 해외투자를 시작한 데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는 해외투자·대체투자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축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구상이다.

오규택 한국채권연구원장(중앙대 경제학 교수)은 “금융위기가 국민연금의 ‘제2의 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당시 국내 주식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국내 달러자산이 빠져나가면서 연금이 다양한 해외자산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당면과제의 하나로 꼽았다.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연금이 국민의 이름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며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연금 사회주의’를 앞으로 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금운용이 여전히 비전문가의 손에 맡겨져 있는 것도 해결과제로 지적된다.현재 기금운용에 관한 주요 내용은 노동자 단체,사용자단체,자영업자 단체 등 ‘국민을 대표하는’ 이들이 모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되고 있다.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국민연금공단을 독립시켜 공사(公社)로 만들면 기금운용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도 상당부분 개선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