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매니지먼트] '빅딜대상 1호'서 1인매출 50억 알짜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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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통해 경쟁력 강화 삼성토탈
부채비율 3년만에 720%→198%
핵심자산 매각·합작으로 돌파구
LPG 등 새 에너지사업 진출
부채비율 3년만에 720%→198%
핵심자산 매각·합작으로 돌파구
LPG 등 새 에너지사업 진출
1988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이 모태인 삼성토탈은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 빅딜 대상 1호로 삼성그룹의 '골칫덩이'였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삼성토탈은 직원 1인당 연간 매출액이 50여억원으로,삼성그룹에서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 와중에 단돈 1원의 공적자금 지원도 없었다. 7대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해낸 케이스다.
외환위기 이후 추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프랑스 토탈그룹과의 합작은 기업의 체질을 뿌리부터 바꿔놓았다.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삼성토탈의 화려한 변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생존이 곧 비전
삼성토탈은 외환위기 역풍이 불어닥친 1997년 부채가 2조3000억원,부채비율이 720%에 달하는 전형적 부실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몰아친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에 외환위기까지 겹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금리가 30%대까지 치솟으면서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달 이자비용만 3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연간 매출 규모가 1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니 매출의 20%를 고스란히 이자를 갚는 데 쓴 셈이다. 신규 대출이 막히면서 채권단으로부터 매일 차입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며 부도 문턱까지 내몰렸다.
재무 담당자들은 매일 회사의 재정 상태를 확인,며칠 후면 부도가 날 것 같은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상급 임원에게 보고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거래처 중에서 부도가 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렵게 판 물건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1996년 12월 당시 대표이사에 취임한 유현식 사장은 취임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우리에게 비전은 사치스러운 단어다. 생존이 곧 비전이다. "
◆핵심 자산 매각과 합작이 회생 돌파구
삼성그룹으로부터 2000여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생명줄을 연장한 삼성토탈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충남 대산공장 내 수처리설비와 공기분리설비 등 비핵심 자산부터 팔아치웠다. 핵심 설비는 물론 단위공장까지 매물로 내놨다. 폴리에스터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공장을 그룹 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에 넘겼다.
인력 구조조정을 두 차례나 실시하면서 한때 19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1000명 선까지 줄였다. 서울과 대덕의 지원 · 영업 · 연구조직을 대산공장으로 통합시켰다. 이런 구조조정 덕분에 1997년 72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00년 말 198%까지 줄어들었다.
구조조정과 동시에 해외 투자 유치를 물색,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찾고 있던 토탈그룹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양사는 2002년 12월 삼성종합화학 측이 설비와 자산을 현물투자하고,토탈그룹이 1조원을 현금투자해 50 대 50 지분의 합자사를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작 투자 이후 거둔 경영 성과는 눈부시다. 합작 첫해인 2003년 2조6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두 배 이상인 4조7312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What if,Why not'
"상당한 내공이 담긴 제안 같습니다. 제안 내용대로 생산이 늘어나면 그대로 이익입니다. 밀어붙이세요. "
삼성토탈의 사내 제안 시스템에 올라온 직원의 아이디어에 유석렬 사장이 붙인 댓글이다. 유 사장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일일이 댓글을 다느라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직원들도 자신의 제안에 사장의 댓글이 달리는 재미에 수시로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올린다. 삼성토탈의 사내 제안 시스템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What if,Why not'을 우리말로 하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What if),왜 안되겠어(Why not)'라는 뜻이다. 지난해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10만여건이다.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되면서 거둔 비용절감 효과는 작년 한 해에만 700억원에 달한다.
◆가위도 바위도 아닌 '보'경영
삼성토탈에 올해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환점이다. 최근 이 회사는 기존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수지 사업 외에 액화석유가스(LPG) 휘발유 항공유 등 새로운 에너지 사업으로 변화를 선언했다. 이달 완공한 LPG탱크를 통해 LPG 사업에 진출했다. 항공유 휘발유 등 정유사들의 사업영역에까지 도전장을 던지며 종합 에너지 · 화학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토탈의 신사업 확장을 '보' 경영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채산성이 나쁘고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는 '가위' 경영, 자원과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는 '바위' 경영과 달리 '보' 경영은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 분야를 넓히는 방식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현재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에너지 사업 비중을 2012년까지 30%,1조5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리고 2015년까지 매출 10조원,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외환위기 이후 추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경영혁신,프랑스 토탈그룹과의 합작은 기업의 체질을 뿌리부터 바꿔놓았다.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삼성토탈의 화려한 변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생존이 곧 비전
삼성토탈은 외환위기 역풍이 불어닥친 1997년 부채가 2조3000억원,부채비율이 720%에 달하는 전형적 부실기업이었다. 1990년대 초부터 몰아친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불황에 외환위기까지 겹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금리가 30%대까지 치솟으면서 금융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매달 이자비용만 3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연간 매출 규모가 1조5000억원 수준이었으니 매출의 20%를 고스란히 이자를 갚는 데 쓴 셈이다. 신규 대출이 막히면서 채권단으로부터 매일 차입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며 부도 문턱까지 내몰렸다.
재무 담당자들은 매일 회사의 재정 상태를 확인,며칠 후면 부도가 날 것 같은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상급 임원에게 보고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됐다. 거래처 중에서 부도가 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렵게 판 물건 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존폐를 걱정해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1996년 12월 당시 대표이사에 취임한 유현식 사장은 취임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우리에게 비전은 사치스러운 단어다. 생존이 곧 비전이다. "
◆핵심 자산 매각과 합작이 회생 돌파구
삼성그룹으로부터 2000여억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아 생명줄을 연장한 삼성토탈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충남 대산공장 내 수처리설비와 공기분리설비 등 비핵심 자산부터 팔아치웠다. 핵심 설비는 물론 단위공장까지 매물로 내놨다. 폴리에스터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공장을 그룹 계열사인 삼성석유화학에 넘겼다.
인력 구조조정을 두 차례나 실시하면서 한때 1900명에 달했던 직원 수를 1000명 선까지 줄였다. 서울과 대덕의 지원 · 영업 · 연구조직을 대산공장으로 통합시켰다. 이런 구조조정 덕분에 1997년 720%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2000년 말 198%까지 줄어들었다.
구조조정과 동시에 해외 투자 유치를 물색,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찾고 있던 토탈그룹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양사는 2002년 12월 삼성종합화학 측이 설비와 자산을 현물투자하고,토탈그룹이 1조원을 현금투자해 50 대 50 지분의 합자사를 설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작 투자 이후 거둔 경영 성과는 눈부시다. 합작 첫해인 2003년 2조6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두 배 이상인 4조7312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What if,Why not'
"상당한 내공이 담긴 제안 같습니다. 제안 내용대로 생산이 늘어나면 그대로 이익입니다. 밀어붙이세요. "
삼성토탈의 사내 제안 시스템에 올라온 직원의 아이디어에 유석렬 사장이 붙인 댓글이다. 유 사장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일일이 댓글을 다느라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직원들도 자신의 제안에 사장의 댓글이 달리는 재미에 수시로 부담 없이 아이디어를 올린다. 삼성토탈의 사내 제안 시스템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What if,Why not'을 우리말로 하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What if),왜 안되겠어(Why not)'라는 뜻이다. 지난해 직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10만여건이다.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이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되면서 거둔 비용절감 효과는 작년 한 해에만 700억원에 달한다.
◆가위도 바위도 아닌 '보'경영
삼성토탈에 올해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전환점이다. 최근 이 회사는 기존 폴리에틸렌(PE) 등 합성수지 사업 외에 액화석유가스(LPG) 휘발유 항공유 등 새로운 에너지 사업으로 변화를 선언했다. 이달 완공한 LPG탱크를 통해 LPG 사업에 진출했다. 항공유 휘발유 등 정유사들의 사업영역에까지 도전장을 던지며 종합 에너지 · 화학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토탈의 신사업 확장을 '보' 경영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채산성이 나쁘고 불필요한 것을 잘라내는 '가위' 경영, 자원과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는 '바위' 경영과 달리 '보' 경영은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수익 분야를 넓히는 방식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현재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는 에너지 사업 비중을 2012년까지 30%,1조50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리고 2015년까지 매출 10조원,영업이익 1조원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