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와 여기서 나오는 에틸렌 부타디엔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말부터 석 달간 하락세를 지속했던 기초유분 값은 최근 중동지역의 신규 증설 물량이 아시아에서 유럽 미국 등으로 빠져나간 데다 내달부터 계절적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바닥권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코리아PDS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의 나프타 현물가격(일본 도착 C&F 기준)은 지난 23일 t당 658.13달러로 한 주 전에 비해 4.38%(27.63달러) 상승했다. 나프타는 4월 말 올 최고치인 778달러를 찍은 뒤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유가 하락 △경기 우려에 따른 수요 감소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의 신증설 설비 가동으로 인한 공급 증가 등이 겹치며 이달 초 623달러까지 꾸준히 하락했다.

나프타 가격이 반등한 것은 중동에서 7~8월물 30만t을 유럽 등지로 수출한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아시아 가격 급락으로 유럽 미국 등지의 나프타 가격이 아시아보다 t당 30~40달러 높기 때문에 수출 수요가 일어났다.

오는 8~9월 성수기가 다가오는 데 대한 기대도 있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통상 8월엔 동북아 국가들의 추석과 서양의 크리스마스 특수에 대비한 수요로 유화제품 가격이 7월보다 15%가량 오른다"고 말했다. 경제지표가 안정되면서 중국이 긴축조치를 일부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황규원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나프타 값은 그동안 쏟아지던 중동 물량때문에 원료인 원유 값과 따로 움직이는 이상 현상까지 나타났었다"며 "이제 가격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프타는 통상 원유 가격에 연동돼 움직인다. 하지만 두바이유는 5월 말 배럴당 69달러에서 7월 중순 73~74달러 선으로 올랐는데도 같은 기간에 나프타는 t당 640달러에서 630달러대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최근 나프타의 원유 대비 정제 마진(스프레드)은 원가 수준인 t당 60~70달러까지 추락했다.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기초유분도 반등했다. 23일 프로필렌 가격(한국 도착 FOB 기준)은 한 주 전보다 t당 32.5달러 오른 1055달러를 기록했고 부타디엔(한국 도착 FOB 기준)도 t당 32달러 상승한 1781달러에 거래됐다.

에틸렌도 앞으로 1~2주 안에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초유분 중 시장 규모(연간 1억4000만t)가 가장 큰 에틸렌은 중동의 증설 여파로 4월 말 t당 1321달러에서 지난주 800달러까지 추락했다. 김택형 코리아PDS 연구원은 "에틸렌과 나프타 간의 스프레드(격차)는 통상 200달러 이상이 적정한데 지금은 140달러까지 좁혀졌다"며 "에틸렌 값도 바닥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