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창의 경영] (11) "외식은 컨셉트 장사…책에서 '블루오션' 찾았죠"
외식 전문기업 ㈜아모제가 1997년 10월 경기도 분당 삼성플라자에 유럽풍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 2호점을 냈을 때였다. 곧바로 터진 외환위기로 나라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 신희호 대표(52)는 난감했다. 친형이 운영하던 임피리얼 팰리스호텔(당시 아미가호텔) 부사장까지 맡고 있던 터라 앞날이 두렵기까지 했다. 자신의 월급을 50% 삭감한 것은 물론 직원들 월급도 30~40%씩 깎았기 때문이다.

그때 신 대표는 "내가 이렇게 불안한데 직원들은 오죽하겠는가"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열린 경영(Open Book Management)'이었다. '열린 경영'이란 사원들에게 경영자와 똑같이 정보를 제공하고 생산업무와 관련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경영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경영혁신 방안이다.

신 대표는 매달 한 차례 임직원들을 모아놓고 생산 · 매출 · 수익 등 회사의 경영 상황과 경영환경 변화 등을 설명하고 경영의 기본지식을 공부하게 했다. 그리고 "다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를 극복해 이익이 나면 공평히 나누자"고 설득했다. 그 결과 아모제는 'IMF 체제'의 혹한기에도 흑자를 달성했고,수익을 나눠 가졌다.

'마르쉐'를 비롯해 테이크아웃 전문점 '카페아모제',퓨전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토마토',프리미엄 푸드코트 '푸드 캐피탈' 등 4개 브랜드로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신 대표는 그래서 대중의 지혜를 모아 경영하는 '중지(衆智)경영'을 강조한다.

외식사업은 어떤 분야보다도 변화에 민감하다. 같은 컨셉트의 레스토랑이라도 트렌드 변화에 따라 메뉴를 달리 해야 하고,같은 브랜드라도 장소에 따라 컨셉트를 달리 해야 하므로 창의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특히 레스토랑의 주요 고객인 젊은이와 여성들의 취향과 감각을 따라 가려면 최고경영자(CEO) 혼자서는 무리다. 2005년 그가 독서경영을 도입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아모제는 130여개 점포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데다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젊은 직원들에게 이들 매장의 운영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 점장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점장의 능력개발을 위해 뭘 할까 고민하다 독서경영을 시작했죠.독서통신교육업체를 통해 매달 한 권씩 책을 읽은 다음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식이죠.사실 처음부터 참여율이 높은 것은 아니어서 성실하게 책을 읽고 시험을 잘 본 직원에게는 백화점 상품권을 상으로 주고 인사고과에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직원의 90% 이상이 독서통신교육 과정을 졸업했고,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아모제의 독서경영은 4단계로 진행된다. 선정된 책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1단계,유명 저자나 강사를 초청해 선정된 주제에 대해 심화 교육하는 2단계,브랜드별 · 부서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식을 적용하는 3단계에 이어 마지막 4단계에서 전체 과정을 평가하고 보완한 다음 실행한다. 매달 10만~20만원의 도서지원비를 직원들에게 지원하고,도서구입비의 상한선을 두지 않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

결과는 매출 증대로 나타났다. 2006년 460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20억원,올해 800억원(목표액)으로 매년 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의 독서통신교육 코너는 신 대표를 포함한 전 임직원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소통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전략수립,마케팅,서비스 등에 직접 적용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부산 롯데스타시티에 입점한 아모제의 프리미엄 푸드코트 브랜드인 '푸드 캐피탈'의 김성자 점장은 지난해 《성공하는 리더가 꼭 알아야 할 현장발 마케팅》을 읽고 실천한 결과 롯데백화점의 우수브랜드 점장으로 선정됐다. 2008년에는 《기업이여 고객을 접대하라》 등을 읽고 서비스 경영에 접목해 고객 불만을 대폭 줄였다고 한다. 각 사업부장들이 분기마다 한 권씩 책을 읽고 독서토론회를 갖는 것도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음식장사는 컨셉트 장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블루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재팬 리포트》를 읽고 토론하고 실제 적용한 결과 정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가령 고객의 니즈(요구)를 탐색할 때 무엇을 빼고 줄이고 늘리고 창조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을 6가지로 설명하는 데 그 하나하나가 큰 도움이 됐지요. 우리는 통상 고객에게 뭘 줄 것인지,어떤 가치를 얻을 것인지만 생각하는데 그러면 비용만 늘게 됩니다. 따라서 뺄 것,없앨 것과 늘리고 창조할 것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야말로 '사고의 블루오션'이 됐죠."

아모제가 올해 들어 집중하고 있는 성과 코칭의 주요 수단도 독서다. 코칭은 상급자의 지시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효과가 커진다. 신 대표는 "곳곳에 흩어진 점포의 젊은 직원들을 코칭에 참여시켜 각자의 내면에 잠재한 보석을 끌어내 성과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마법의 코칭》(전2권)을 읽게 하고 있다.

신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경영학 석사(MBA)다. 일본의 석학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가 쓴 《경영자가 된다는 것》과 샘 고슬링 텍사스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스눕-상대를 꿰뚫어 보는 힘》을 읽고 있다는 그는 밑줄을 긋고 곱씹으며 책을 정독하는 스타일이다. 신 대표는 "책을 통해 한 줄의 지혜만 얻어도 그것이 깊은 새김처럼 남아서 몇 배의 이득을 준다"며 독서경영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경제·교보문고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