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트라이콤은 2007년 8월 비상장사인 여행박사를 인수한 직후 은행 차입금 231억원에 대해 여행박사가 보증을 서도록 했다. 여행박사는 2008년 7월 코스닥 상장사 엑슬론과 합병,증시에 입성했지만 지난해 4월 모회사 보증 건 등으로 계속기업 존속 능력이 의문시되면서 감사의견이 거절돼 상장폐지됐다. 트라이콤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동반 퇴출됐다.

금융감독원은 이처럼 상장사가 계열사에 과도한 금전 대여나 담보 · 보증,경영진의 횡령 · 배임이 발생하는 경우 동반 부실에 빠져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27일 밝혔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경영권 획득 목적 인수 · 출자 시 계열사 간 무리한 지원이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상장사들의 타법인 주식이나 출자 공시가 총 90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25건(유가증권시장 66건,코스닥시장 59건)은 상장사가 다른 상장사에 출자한 경우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선 계열사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34건)가 절반에 달한 반면 코스닥에선 경영권 획득(44)이 74%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횡령 · 배임이 발생하는 경우는 더욱 치명적이다. 코스닥 기업 에스씨디엔티피아를 연이어 인수했던 액티투오는 전 대표의 횡령이 터져 상장폐지됐다. 담보와 연대보증,지급보증 등으로 엮여 있던 에스씨디와 엔티피아도 퇴출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7월 코스닥 단성일렉트론의 주식을 사들여 주요주주에 오른 이루넷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성일렉트론 부회장은 이루넷 대표이사로 선임된 뒤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넷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을 무단 반출했고,결국 두 회사 모두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담보나 보증은 양쪽 회사 모두에 재무 부실을 유발할 수 있다"며 "투자자는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내용,특수관계자 간 거래내역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지원 등으로 동반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상장사에 대해선 합병 · 출자 시 제출하는 증권신고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