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기업의 메세나 지원 건수도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문화예술 지원의 손길이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현황'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 건수는 2706건으로 전년(2389건)보다 13.3% 늘었다. 지원 분야별로는 미술 · 전시가 304억9900만원으로 21.9%(66억6800만원)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공연장과 전시장 등 문화예술시설 운영지원비(327억7800만원),문화예술교육(326억5400만원),서양음악(184억4100만원) 순으로 지원이 많았다. 기업 출연 문화재단의 지원액은 리움 등 미술관을 운영하는 삼성문화재단이 가장 많았고 2위는 LG연암문화재단,3위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4위는 CJ문화재단,5위는 가천문화재단으로 나타났다.

◆예술 꿈나무 육성

최근 기업들은 문화공헌 사업을 단순 지원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인 지원인 '문화예술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은 잠재되어 있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개발하고 키워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런 문화예술 교육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SK와 LG그룹이다.

LG가 진행하는 'LG 사랑의 음악학교'는 매년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4개 부문에서 음악 영재들을 선발해 실내악 전문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 유수의 교수진과 세계적인 실내악 단체인 뉴욕 '링컨센터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가 공동 개발했다. 입시 위주의 개인 교육에서 벗어나 실내악 교육을 통해 다른 악기와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고 음악적으로도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SK는 2008년부터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재능과 열정은 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춤 노래 연기 등을 가르치는 'SK해피뮤지컬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와 음악감독 등이 매주 2~3회씩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연기 음악 무용 수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 체험기회 확산

소외된 이웃들과 일반인들에게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한화그룹은 전국 45개 사회복지관 및 아동복지시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한화 예술더하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국악 미술 연극 음악 등 4개 분야 중 원하는 한 분야를 3년 동안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예술더하기' 음악 수업에서는 음계 화성 등을 익히는 이론부터 바이올린 플루트 등을 직접 연주해 보는 악기 실기수업까지 진행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악기도 지원한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부터는 음악 및 공연중심이던 메세나 활동을 미술 중심의 문화축제로 컨셉트를 변경해 '코오롱여름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첫 전시였던 지난해의 '아트 포 칠드런(Arts for Children)'전시회는 어린이나 가족 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및 장난감 등을 소재로 활용해 작품활동을 펼쳐온 국내 젊은 작가 22인이 참여해 진행됐다.

◆해외 문화예술 지원도

국내를 넘어 해외 문화예술 지원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세계 정상의 공연장인 러시아 볼쇼이 극장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의 자부심 가운데 하나였던 볼쇼이 극장을 문을 닫을 위기에서 구해내며 소비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었다. 삼성은 또 겨울궁전으로 유명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문화재 복원사업도 후원했다. 대한항공은 '한국어 알리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들을 수 있는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바로 대한항공의 작품이다. 대한항공은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시행했으며,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 등에서도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