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워싱턴 근교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페이스북 등 인터넷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에 글이나 사진을 함부로 올리지 말라고 말했다. 고교 시절 멋모르고 올린 게시물이 훗날 중요한 시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충고였다.

지난 5월엔 미국의 '텔올(Tell-All: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죄다 인터넷에 공개하는) 세대'들이 '사생활 보호'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뉴욕타임스).취업을 앞둔 20대들이 10대 때 올려놨던 글이나 사진 중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은 건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돌리고 친구들에게도 내려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이번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블로그 등 SNS 운영이 취업이나 구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잘못 관리하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조사 결과 채용 담당자 79%가 지원자의 온라인 정보를 검토한다고 답한 만큼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인맥 또한 믿을 만한 사람만 추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블로그를 비롯한 SNS에 자신의 생각과 생활을 시시콜콜 공개하는 건 외로움 때문일 수 있다. 누군가 관심을 기울여주기를,내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쳤으면 하는 마음에 난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는 셈이다. 자극적인 내용을 담는 것도 되도록 많이 주목받으려는 욕심 탓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대표적인 속성은 시 · 공간의 제약 없는 흐름이다. 일단 인터넷에 올려진 것들은 자신의 의도에 상관없이 온갖 데로 퍼져 나간다. 미니홈피의 파도타기를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홈피를 들여다보고,내가 내린 사진을 지인이 퍼서 다른 곳에 올려놓는 일도 흔하다.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또 가까운 이들끼리 상대의 행동반경을 파악하게 만들고 이는 몰라도 좋을 일까지 알게 함으로써 싸움의 발단을 제공하기 십상이다.

사랑은 변한다. 우정도 움직인다. 살다 보면 자기 생각도 달라진다. 좋은 것과 싫은 것,아름다운 것과 미운 것,정의로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기준 또한 바뀐다. 한때 절대선이라고 믿었던 것들에 등 돌리다 못해 치를 떨게 되는 일도 적지 않다.

책상 서랍 깊숙이 숨겨둔 일기장도 문제가 되거늘 한번 내놓으면 거둬들일 수 없는 인터넷에 자신의 모든 것을 옮겨놓는 일은 삼가야 한다. 블로그의 함정은 깊고 넓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