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의 '원유부국'인 리비아와의 국교 단절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국내 건설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리비아 파견 인력에게 출입국에 필요한 비자는 정상 발급되고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공사 차질은 물론 계약해지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비아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체들은 일단 현지 인력의 출입국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리비아 트리폴리호텔 미수라타발전소 등 5개 현장을 건설 중인 대우건설은 27일 "리비아 현지 공항에서 휴가를 받아 리비아를 떠나는 직원들에게 지난주까지 재입국 비자를 발급해줘 출입국에는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리비아 내 총 5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신한도 아직까지 리비아 관계 악화의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지 인력 운용에는 이처럼 애로가 없지만 국내에선 리비아 영사업무 중단으로 비즈니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한 리비아 대표부의 영사업무가 중단된 이후,기업들의 납품과 수주 등이 미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리비아와의 외교갈등이 장기화하는 시나리오다. 건설업계는 이 경우 추가 공사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비아에서 시공 중인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 문제는 기업들과는 상관없는 외교적,정치적인 문제로 알고 있다"며 "자세한 사항은 파악 중인데 이 문제로 행여 신규 수주에도 영향이 있을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해외건설을 지원하는 국토해양부에도 경계령이 내려졌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양국 간 갈등이 악화할 경우,수주 계약만 해놓고 아직 착공하지 않은 공사의 계약이 취소될 수 있고 이미 시공 중인 공사현장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국제유가가 절정에 달했던 2007년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총 54억4958만달러어치의 공사를 수주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두 번째로 수주를 많이 한 나라다. 작년에도 31억달러 이상의 공사계약을 해 UAE,사우디아라비아,알제리 등에 이어 네 번째 해외건설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시공 중인 공사도 51건,약 92억달러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이 최근 12억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했으며 현재 40억달러 규모의 트리폴리 도시철도 사업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원건설은 9억4000만달러 규모의 토브루크 신도시 건설사업 계약을 맺었으며 한미파슨스와 한일건설 등이 주택,상가 건설사업을 따내는 등 활발한 수주가 이어졌다.

장규호/김재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