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콜에 편중된 단기금융시장 수술에 나섰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도한 콜시장 의존이 금융시장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자 콜을 과도하게 사용했던 일부 증권사들은 급전을 구하지 못해 부도 직전까지 몰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콜시장이 얼어붙자 증권사들이 보유 중인 채권을 헐값에 내놔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은행 증권 보험업계 및 연구기관과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1년가량 개선안을 연구해왔다. 정부는 콜시장 대신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을 활성화해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합리적인 금리구조를 형성한다는 복안이다.

◆단기금융시장 콜에서 RP 중심으로

금융위원회는 27일 '콜시장 건전화 및 단기지표채권 육성 등을 통한 단기금융시장 개선방안'을 기획재정부 · 한국은행 등과 공동 발표했다. 관계자는 "금융회사 간 단기자금 과부족을 조정하는 도매시장인 단기금융시장에서 콜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금융시장을 왜곡하고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하루짜리 자금을 빌려 쓰는 콜 위주로 형성된 금융회사 간 단기자금거래를 RP 위주로 재편한다는 것.단기자금시장에서 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5%(5월 기준)에 달해 콜시장이 경색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위험해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부는 콜시장 대신 선진국에서처럼 RP거래를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보통 전화 한 통으로 자금을 주고받는 신용거래인 콜과 달리 RP거래는 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이어서 리스크가 축소되고 채권시장 유동성도 키울 수 있다.

RP는 매매일 시점에 현물로 유가증권을 매도(매수)하면서 동시에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이 증권을 환매수(환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말한다. RP거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내년 말까지 증권예탁결제원에 RP거래 통합체결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힘쓸 계획이다. 거래 상대방 탐색,호가 제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외 RP 온라인 거래시스템도 내년 말까지 구축된다.

이와 함께 증권금융에 장외 RP시장 조성자 기능을 부여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콜시장은 RP시장 확대 추이를 봐가며 중장기적으로 '은행 간 시장'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역 · 회사별 편차 예상

정부는 특히 콜시장이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 조절이라는 본래의 기능보다는 증권 등 제2금융권의 영업자금 조달 시장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자본금 규모에 비해 과도한 콜 사용을 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연 2%대의 싼 콜 자금을 대량으로 빌려와 수익률이 연 4% 선인 단기 국공채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손쉬운 영업을 하는 등 콜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콜시장이 당장 없어지는 건 아니다. 조인강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40년 가까이 유지돼온 콜시장 관행을 갑자기 없앨 경우 시장 충격이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과도한 콜 차입이 규제돼 하루 차입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된다. 금융투자협회가 모범 규준을 만들고 각 증권사들이 위험관리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또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정시 콜의 위험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콜은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동일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RP거래를 할 때는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등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