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외국계 증권사발 실적정점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항공 매출의 34%를 차지하는 화물운송의 업황이 정점에 달해, 내년 이후 수익성 둔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물 물동량이 줄어드는 것은 계절적인 비수기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여객운송의 증가세를 간과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5%↓…수익성 둔화 우려

대한항공이 내년 수익성 둔화 우려에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오후 2시17분 현재 대한항공은 전날보다 4400원(5.64%) 내린 7만3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우려가 전파되며 4.70% 하락 중이다.

이날의 급락은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증권의 보고서에서 촉발됐다. 메릴린치는 "항공 화물운송 시장이 정점에 달했다"며 "2011년 여객용 항공기 13대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수익률에 압박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실적호조세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다.

이 증권사는 대한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현주가를 크게 밑도는 6만6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사실상 '매도'를 권고하는 것이다.

◆"여객운송 간과"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객운송의 성장세를 간과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화물운송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한항공은 매출의 60% 이상이 여객에서 나오고 있다"며 "특히 대한항공의 주력 노선인 미주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2008년 12월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도입된 이후 지난해 수요증가를 예상했지만,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그 효과는 반감됐다"며 "하지만 올해는 하와이를 중심으로 미주노선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고, 과거 비자면제 도입 이후 2년간 출국자 수가 50% 이상 급증한 것을 감안한다면 내년까지 미주노선의 고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실적을 낼 것"이라며 "화물운송은 둔화되지만 여행운송 수요의 증가와 요금인상 등으로 이부분을 상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메릴린치는 대한항공의 올해 영업이익을 1조3000억원, 내년은 1조300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1조 이상의 영업이익이라는 절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목표가 6만6000원은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주가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우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예상한 대한항공의 내년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9980억원, 1조3533억원이다. 목표주가로는 10만5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