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대상이 '카레여왕' 100만개 판매돌파 기념으로 한 달 동안 매일 한 명씩 100만원을 경품으로 지급하겠다는 마케팅을 시작했을 때 카레 시장 1위 업체인 오뚜기의 반응은 의외였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오뚜기 관계자는 "카레분말 시장에서 오뚜기 점유율이 87%에 달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의 신규 진입은 오히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쟁 업체가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데도 기존 업체들이 이를 '반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7월 샘표식품이 음용식초 '백년동안'을 출시하면서 1만명의 체험단을 구성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데 대해 대상은 느긋한 표정이다. '홍초'로 이 시장에서 7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상의 김혜랑 식초음료 매니저는 "샘표식품에서 관련 제품을 내놓은 이후 음용식초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며 "올해는 '1000억원 시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시장 규모는 한 해 전보다 10.2% 늘어난 431억원이었다.

커피음료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롯데칠성음료가 '칸타타 오리지날 골드 커피믹스'를 선보이며 커피믹스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업계 1위(시장점유율 82%)인 동서식품은 여유있는 반응을 보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연간 1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지만 성장률이 연 5% 내외의 한 자릿수에 그칠 정도로 정체된 상황에서 롯데칠성 같은 대기업이 진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전했다.

특정 분야에서 70% 이상의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1위 업체들이 후발주자의 진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간접적인 광고효과는 물론 경쟁을 통한 시장규모 확대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