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서민정책 방향] 中企·서민은  '稅 감면 연장'…대기업·고소득층엔 증세 추진
기획재정부가 내세웠던 세제개편안의 큰 줄기는 '재정건전성 회복'이었다. 과도한 비과세 · 감면을 줄이고 넓은 세원(稅源)-낮은 세율이라는 원칙에 따라 다양한 세수 확충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청와대가 최근 주도하고 있는 '친(親) 서민 · 중소기업'코드에 맞춰 세제 정책 방향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제지원은 '최소한 현상유지 또는 확대'로,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책은 '예정대로 일몰(시한만료)적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고소득층에 대한 일부 증세 카드도 고려되고 있다.

재정부 세제실은 9월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인 8월 말까지 올해 세제개편안을 내놓기 위해 현재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세제지원 일몰연장

올해 말로 시한이 끝나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용 비과세 · 감면 제도는 대부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유지 중소기업 소득공제가 대표적이다.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중소기업에 임금삭감액의 50%를 소득공제로 보전해주는 이 제도는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나 벤처기업에 직접 출자해 취득한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주거나 중소기업 창업자금 증여 시 과세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한 후 낮은 세율(10%)을 적용하는 증여세 과세특례도 연말 일몰 예정이지만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경영상 애로사항을 파악한 뒤 추가 세제 지원책을 마련,세제개편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청년층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책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에 대한 세금 지원책 만료시한도 줄줄이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택시연료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 시한은 이미 1년 추가 연장키로 결정됐다.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근로자 지원을 위해 내놓은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비과세,영세 개인사업자가 적자로 폐업할 경우 결손처분세액 납부의무를 없애주는 것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대학생이 학교에서 받는 근로장학금에 대한 비과세가 새로 추진되며 일용직 근로자의 근로소득 원천징수세율을 8%에서 6%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된다. 저소득층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공제 인센티브를 높이는 것도 추진된다.

반면 정부가 세수확충을 위해 검토해왔던 담배세 · 주세 인상은 서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올해는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

◆대기업 · 고소득층은 일부 증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제지원책들은 연장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1년 연장된 임시투자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설비투자액의 7%를 법인세에서 깎아주는 이 제도는 주로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유로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정부는 올해 말 예정대로 폐지할 방침이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액공제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무도학원 등 영리학원은 물론 수의사의 동물진료,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 등은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으나 새로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2008년 세제개편에서 폐지가 예고됐던 종합부동산세는 현행대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종부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는 안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넣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종부세를 없앨 경우 서민층의 반발이 예상됨에 따라 개편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득세 최고구간(과표 8800만원 초과)에 적용되는 세율을 인하(35%→33%)하는 것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2%→20%)는 지난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내년까지 적용이 유예됐으나 정부의 친서민 기조 강화로 2012년 이후에도 현행 세율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