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8 재 · 보선은 '여론조사 · 전국적 이슈 · 정책'이 사라진 '3무(無) 선거'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여론조사의 실종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민심의 흐름을 읽는 자료에서 선거 대세론과 전체 판세를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 · 보선에선 몇몇 언론사와 당 자체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해 내부참고용으로만 사용했을 뿐 전체적으로 언론의 여론조사 노출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

여론조사의 실종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6 · 2 지방선거의 '학습효과'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접전 양상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홍수를 이뤘던 여론조사는 결정적인 대목에서 빗나갔다.

상당수 여론조사는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예고했지만 결과는 0.2%포인트 차의 신승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여론조사가 낮시간대에 유선전화를 통해 이뤄지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돼 실제 투표장에 가는 유형의 유권자 표본을 추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무용론'이 팽배해졌고, 여론조사 관련 언론보도의 횟수도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전국 8개 선거구의 선거 양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던 것도 여론조사 실종에 한몫했다. 대부분 지역이 백중세라는 각 당의 자체 분석이 나오면서 태생적으로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힘을 잃어갔다.

또 투표율이 낮은 재 · 보선의 특성상 소지역주의,혈연 · 학연에 따른 투표 성향 등 여론조사 변수 외적인 면이 승패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는 점도 여론조사 무용론에 힘을 실었다.

이번 재 · 보선은 전국 8개 지역에서 치러진 '미니총선'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전국적인 이슈가 없는 지역선거의 모습으로 끝을 맺었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 등 이슈가 있었지만 정권심판론 등의 전국적인 바람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충청권도 세종시 문제가 국회에서의 수정안 좌절로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한나라당 후보들이 선거 기간 동안 비교적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전국적 이슈가 실종되면서 선거는 자연스럽게 지역일꾼론 등 인물 위주의 선거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최대 격전지인 이재오 전 의원이 당의 지원을 거부한 채 '나홀로 선거' 전략을 채택한 것도 정권심판론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선거가 인물론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전통적으로 재 · 보선에 강했던 야당은 위기를 느끼게 됐고 막판 극적인 '야권 후보단일화'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됐다.

선거가 여름휴가철과 정치휴지기에 이뤄지고 대형 이슈가 실종됐다. 특히 정치싸움에 정책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야당은 4대강과 정권심판론에 집중한 반면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를 위한 안정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상당수 의원들이 개인일정 등을 이유로 선거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당 지도부 중심으로만 지원유세가 이뤄지면서 정치 1번지인 여의도에서도 선거분위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