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촉발된 임금인상 관련 노사분쟁이 동남아시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방글라데시가 의류업계 최저임금을 80% 인상키로 전격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들의 원가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정부와 의류업계 사측, 노동조합 지도부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된 비상임금위원회는 월 최저임금을 기존 1662타카에서 3000타카(약 5만900원)로 올리기로 했다.

정부 측 대표인 익테다르 아메드 위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상된 최저임금에는 개인 의료복지수당과 주거 수당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노동부는 이번 인상 내용을 29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방글라데시 의류업계 임금은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현지 노동계에서는 2006년 대규모 거리시위 등을 통해 한 차례 임금을 올린 바 있다. 현지 노동자들은 그동안 최소 2배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지속적인 가두 시위를 벌여왔다.

데일리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섬유 노동자 1만5000여명은 지난달 22일과 30일 수출지역인 아슐리아 등에 집결해 대규모 임금인상 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대형 생산단지 내 14개의 공장이 문을 닫기도 했다.

방글라데시가 큰 폭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함에 따라 현지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는 한국 업체들은 원가상승 등의 부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섬유수출이 전체 수출액(155억6000만달러)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에는 동방텍스타일과 국동 등의 섬유업체들을 포함, 153개 국내 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KOTRA 관계자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나와 봐야 구체적인 업계의 반응과 입장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이 정확히 지켜지지는 않더라도 적지않은 비용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 진출한 한국 섬유업체 중 생산직 직원을 1000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업체는 다다C&C,영원무역 등 28곳이다. 현지 3개 공장에서 총 49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다다C&C관계자는 "비상상황이라는 판단에 해외사업 담당자를 지난 27일 급히 방글라데시로 출장을 보냈다"며 "방글라데시 노동부가 29일 인상안을 공식발표할 예정인 만큼 현장 상황을 보면서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방글라데시 치타공 지역에서 약 500명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인 섬유업체 A사 관계자는 "방글라데시로 진출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베트남에 비해 절반 수준도 안되는 낮은 임금 때문이었다"며 "최저임금이 올라갈 경우 현지 공장을 폐쇄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관우/임기훈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