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 보금자리지구 철회요청] 성남시의 '강수'…모라토리엄 이어 국책사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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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아야 될 채무이행 미루고
사업 개발권 확보 '명분쌓기'
다른 지자체에 불똥 튈까 우려
사업 개발권 확보 '명분쌓기'
다른 지자체에 불똥 튈까 우려
경기 성남시가 3차 보금자리지구의 하나인 성남 고등지구 개발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을 정부에 내는 등 정부사업을 둘러싼 성남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간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5200억원을 당장 갚을 수 없다며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을 선언하자 LH가 성남 구도심재개발 사업 중단으로 반격한 이후 3라운드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판교신도시 특계는 도로와 같은 도시기반시설을 닦는 데 쓰일 돈이어서 모라토리엄 선언은 정부의 신도시개발 정책에 흠집을 낼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도 현 정부의 핵심 친서민정책이다. 성남시의 지구지정 철회요청은 보금자리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셈이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3차지구 사전예약이 미뤄질 경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차질을 빚는 첫 번째 케이스가 된다.
◆성남시장 공약사업 재원마련 의도?
성남 고등지구 개발철회 요청은 신임 이재명 시장의 공약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LH와 정부 쪽의 분석이다. LH 관계자는 "성남시가 고등지구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겠다고도 밝혔다"며 "결국 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사업에 딴죽을 거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가 지구지정 때만 해도 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는데 새 시장이 당선된 이후 태도가 확 달라졌다"며 성남시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지구 내 원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데다 나중에 쓸 수 있는 가용지가 사라지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었다"며 "개발 철회는 신임 시장의 공약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성남시는 지난 18일에도 위례신도시 시행 참여를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행정협조를 거부키로 했다.
◆감정싸움과 여론전 치달아
LH와 국토해양부는 성남시의 반대에도 사업을 강행할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건설특별법은 국토부에 지구지정 권한부터 지구계획 실시계획 사업승인까지 개발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LH는 지구계획에 대해서도 성남시가 30일 안에 의견을 주지 않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성남시가 고등지구 개발철회를 요청한 것은 지난 13일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국토부와 LH의 대응방식에 불만이 쌓인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LH가 이 시장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전임 성남시장에게 책임 떠넘기기'라고 규정해가며 여론 공세를 펼치자 발끈했다는 것이다. 경기도도 28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LH가 일방적으로 성남 재개발 사업 포기를 통보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LH는 공기업으로서 주민과 약속한 대로 재개발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사업 추진력 훼손 우려
국토부와 LH는 이번 사태로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추진력이 훼손되고 민간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시기 조절 등 요구도 높아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서민지원 정책을 하반기 국정목표로 정했는데 지방정부가 난데없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LH는 고등지구뿐 아니라 성남시에 있는 다른 개발사업에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또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성남시를 자극하면 당장은 사업을 진척시킬 수 있겠지만 5~6년 더 걸리는 향후 개발 과정에서 협조를 구하기 어렵고 위례신도시 등 성남시내 다른 지구 개발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