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유력 정치인들이 이렇게 열심히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

7 · 28 재보선 운동이 펼쳐진 2주일 동안 정세균 대표를 비롯 정동영 의원,손학규 전 대표는 전국을 누볐다. 선거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정 대표는 물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정 의원과 손 전 대표도 아침 7시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연일 수도권과 충청,강원도 등지를 오가는 강행군을 보였다.

손 대표는 한때 본인이 칩거생활을 하기도 했던 충주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고전 중이라는 소식에 막판 끼니까지 걸러가며 지원유세에 나섰다. 정 의원은 은평 인천계양 강원 등 박빙지역에서 쏟아지는 지원유세 '러브콜'에 모처럼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실감했다. 중앙당이 '막판 계양이 심상치 않다'며 지원을 요청하자 계파도 아니고 인연도 없는 김희갑 후보를 위해 5차례나 찾는 등 지난 지방선거와 확연히 달라진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 선거판에서는 중앙의 거물정치인이 오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며 "당내에서는 경쟁관계이지만 선거판에서는 정 의원이나 손 전 대표만큼 큰 우군이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가 지난 6 · 2 지방선거에 이은 또 한 차례의 중간평가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당 지도부도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해 뛰었던 선거"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면에는 선거 직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유력 차기 당권주자들의 선거운동에는 나름의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8곳에서 '미니총선'형태로 치러지기 때문에 유력 당권주자들은 지원유세 과정에서 자연스레 전국 현지의 대의원 및 당원들과 접촉면을 넓힐 수 있었다.

특히 정 대표가 사실상 당권출마 의사를 예고한 가운데 정 의원과 손 전 대표도 출마가 예상되는 8월 말 전당대회가 당내 거물들 간 정면대결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보선은 사실상 전초전이나 다름없었다.

선거결과의 책임당사자인 정 대표는 민주당 내 최초의 연임 당 대표라는 목표를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번 선거는 연임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다. 정 대표 중심의 당권파에 반발,쇄신연대를 결성한 정 의원 입장에서는 적극적 선거지원 유세로 명분을 취하면서 대중정치인로서의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기회였다.

당권 도전의사가 유력시되는 손 전 대표에게는 2년간의 정치 칩거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마지막 의식'이나 다름없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결과에 민심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가 당권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