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PC특수" "D램 공급과잉"
반도체 수요 전망 엇갈려
"LCD 수급 3분기 말께 정상화"…"재고소진 지연 가격하락 불가피"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정보기술(IT)업종의 하반기 업황을 놓고 증시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올 들어 PC 교체 수요와 소비 회복세를 타고 뜨겁게 달아오른 IT경기가 최근 하강 조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나가던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대표 IT주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IT주가 올라야 코스피지수 1800선을 뚫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다. IT업황 전망에 대한 3대 쟁점을 집중 분석한다.
◆쟁점1:반도체,PC특수가 있을까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는 최근 수요 감소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PC업체들의 재고가 늘면서 이달 초 DDR2 고정가격은 지난달보다 2.9% 하락했다. 정영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증권사가 컨센서스를 이룬 것 같다"며 "관건은 PC 특수가 어느 정도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는 9월 신학기를 비롯 미국 추수감사절,중국 국경절 등이 몰려 있어 통상 PC 성수기다. 안성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세트업체들이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탓에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며 "예년에는 9월 신학기 수요를 대비하는 부품 구매가 7월부터 시작됐지만 올해는 완성품 수요가 증가하는 8월 중순에나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낙관론자들은 이에 따라 다음 달 말부터 중국 국경절을 앞둔 10월 초까지 메모리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예견하는 데다 스마트폰 e북 등 디지털기기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D램 가격이 아직 부담스러워 메모리반도체 탑재량이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견해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PC 한 대당 D램 가격 비중이 16.6%로 역사적 고점에 가까워 가격 하락 요인"이라며 "3분기 D램 가격은 전 분기보다 8%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들도 하반기 수요 부진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쟁점2:D램 공급 과잉은 조절 가능할까
반도체업계의 DDR3와 미세공정 전환 등 시설투자는 공급 과잉 논란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계절적 특수가 잦아드는 4분기 이후 D램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마저 제기한다. UBS증권은 "D램 시장의 사이클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평균 판매가격이 3분기에 하락하고 4분기와 내년에는 공급 과잉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업체들의 공급 조절 여부에 따라 하락폭이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비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확대로 미세공정 전환에 필수적인 이머전 장비 공급이 달리는 등 반도체업체들이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올해 D램 공급량 증가율은 연초 예상치 50%보다 낮은 40%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낮추면서도 최근의 주가 하락폭이 과도하다며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쟁점3:LCD패널 재고는 해소될까
LCD업계는 중국 춘절,노동절 등 특수를 기대했던 TV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아 재고가 늘었다. 가전업계가 경기 둔화를 우려해 재고 조정에 나선 것도 문제다. 시장의 관심은 재고 소진 속도에 집중돼 있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수요 대비 생산 능력은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빠르게 재고가 소화될 것"이라며 "다음 달 중순 이후 LCD패널 수급 상황이 다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만 LCD업체 AUO 등이 가동률 하향에 나서는 등 자구 노력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대우증권은 중국 TV 교체 수요가 계절적 성수기와 맞물릴 경우 3분기 말까지 수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수급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가도 재고 감소에는 두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패널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도 "계절적 수요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 하반기 업황 둔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