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하반기에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인 데다 12월부터는 퇴직연금 가입대상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포스코의 퇴직연금 규모는 각각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12월부터는 4인 이하 사업장에도 퇴직급여 제도가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퇴직보험과 퇴직신탁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라짐과 동시에 신규 가입도 제한된다.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태스크포스팀 구성과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리 경쟁에서 사후 서비스 경쟁으로

올해 초만 해도 퇴직연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금융회사 간 경쟁의 핵심은 금리였다. 금리를 높게 주면서 고객을 유치하려는 바람에 출혈경쟁이 이어졌다. 보다 못해 금융감독원이 지도에 나서면서 금리 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은행들은 앞으로는 금리 경쟁이 아니라 서비스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사후 관리에 필요한 조직과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대기업의 경우 전담 컨설턴트를 지정해 퇴직연금 제도 설계,자산 운용 등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영업점 직원 교육을 통해 고객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근로자들에게는 자산 운용 현황,수익률 등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정기적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신한 연금 서포트&서비스(SPSS)'라는 이름으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오는 12월까지 증권 보험 등 전 계열사에 모두 통용되는 퇴직연금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SPSS는 퇴직연금 콘텐츠 개발,금융 복합 상품 개발,전 그룹 퇴직연금 서비스 공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소 기능도 더해 노후 관련 시장 동향과 전망 · 분석 기능까지 갖췄다.

기업은행은 주고객인 중소기업들을 위주로 한 영업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각종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는 등 사후 관리에 집중해 입소문을 타고 기업은행의 장점이 전파될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그동안 중견기업 위주로 해왔던 퇴직연금 영업을 대기업과 공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산시스템 개선 등 만반의 준비

은행들은 다른 금융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전산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가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자산 운용 현황,수익률 등을 볼 수 있고 포트폴리오 직접 교체도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50억원을 들여 인터넷 뱅킹처럼 편안한 퇴직연금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전산시스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복잡하게 돼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단순화하고 1 대 1 온라인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용자 관점에서 최대한 편안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가입자가 서비스를 의뢰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15억원을 투자해 지난 4월 전산시스템 개편을 완료했다. 접근이 쉬우며 다른 상품들까지 자연스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지금까지는 금융결제원 공동 시스템을 사용해 왔다. 이번에 새로 자체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11월 개통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체 전산시스템이 있어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입자들의 요구를 즉시 반영할 수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은행들과 전산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형 보험 · 증권사와의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