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리비아의 외교 갈등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악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의 정보 담당 직원이 추방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고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 관계자들이 리비아 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지만,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관이 추방된 것은 1998년 한 · 러시아 외교관 맞추방 이후 두 번째로 일어난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30년간 경제적으로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리비아에서 우리 외교관이 추방당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 경제적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리비아에서 수주한 건설 공사만 해도 31억달러에 달하는 등 경제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리비아는 이처럼 우리에게는 놓칠 수 없는 중동 · 아프리카 지역의 핵심국가인데도 외교 당국이 양국간 갈등 조짐에 치밀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일부 언론 매체와 교과서가 현지에서는 금기시돼있는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양국간에 미묘한 금이 생겼다는 것이다. 리비아는 그 전후로 우리 측에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했고 지난달 23일에는 우리 정부에 아무 통보도 없이 주한 경제협력대표부를 닫아버렸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만 보아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리비아 측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황 호전을 점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정부는 하루빨리 리비아가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외교력을 총동원해 수습해야 한다. 갈등을 빚어온 사안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진지한 해명으로 그들을 설득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아직은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의 진행 사업에 별 차질은 없다고 하나,만에 하나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진행중인 사업이나 신규로 발주되는 공사까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때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태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