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미국 간판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340만달러(약 280억원)의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GE 자회사들이 계약 수주를 위해 이라크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SEC는 27일 “GE가 자회사들이 의료기기 및 정수장비 공급계약 수주를 위해 이라크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234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는 것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이번 합의는 GE가 순이익을 부풀리기 위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지난해 5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기로 한 데 이어 두번째다.

SEC에 따르면 GE 자회사 두 곳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유엔 석유식량프로그램 관련 사업을 따내기 위해 이라크 보건부와 석유부 관리들에게 360만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를 통해 GE 자회사들은 1840만달러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 SEC의 설명이다.유엔 석유식량프로그램은 1996년 당시 유엔의 경제 제재하에 있었던 이라크에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이라크의 석유와 인도적인 생필품을 교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다국적 기업들이 계약 과정에서 현지 관리들에게 지불한 막대한 뇌물 때문에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다.

SEC는 미국의 해외부패관행처벌법(FCFA)에 근거해 이번 사건을 합의금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로버트 쿠자미 SEC 감독 국장은 “이번 사건은 FCFA가 전세계에 걸쳐 집행되고 있는 것을 증명한다”며 “해외사업도 비리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GE의 합의금 내역은 부당이익 1840만달러,예상 수입이자 410만달러 및 벌금 100만달러로 구성돼 있다고 SEC는 덧붙였다.

하지만 GE는 합의금을 내는 것이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GE는 성명을 통해 “(자회사들의 뇌물공여) 행위는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시인하거나 부인하는 일 없이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것이 GE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