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실세 이재오 전 의원이 여의도로 컴백했다. 2008년 4 · 9 총선에서 낙선하고 변방을 떠돈 지 정확히 2년3개월 만이다. 지난달 30일 국민권익위원장직을 물러나면서 "다시 바람 부는 들판에 선다"고 말했던 그는 정치적 고향인 서울 은평을에서 30년 정치인생을 건 승부 끝에 기사회생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귀환에 따라 역학구도가 어떻게 변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여권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이 워낙 커서다. 특히 계파 간 견제 구도가 복잡한 한나라당은 이 당선자의 복귀를 놓고 다양한 시각이 있다. 당내 권력지형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구심점 없이 갈라진 여당 내 친(親)이명박계를 추스르고 정국을 주도해갈 수 있는 반면 친박계와의 갈등 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친이계 좌장인 그가 여권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이명박 정부의 집권 중반기 체제 또한 보다 안정적으로 출항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 대선 레이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는 6 · 2 지방선거 참패,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침체된 여당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고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심점이 생긴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승리 확정 후 이 당선자는"'나홀로 선거운동'이 주민 마음에 와닿은 것 같다"며 "대통령이 힘내서 일을 더 잘하라는 격려와 국정을 안정시켜 달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지금까지는 야당 의원을 3번 하면서 나라의 눈으로 은평구를 봤지만 앞으로는 여당 4선 의원으로 은평구의 눈으로 나라를 바라보겠다"며 "은평구의 서민이 못살면 나라 전체가 못사는 것이고 은평구에서 서민 정책이 먹히지 않으면 국가 전체에 안 먹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