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인간의 기억력과 판단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실험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인용,영어와 일어 스페인어 사용자가 똑같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다르게 기억했는지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달걀을 깨거나,풍선을 터뜨리거나,물을 엎지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이후 누가 달걀을 깨거나 물을 엎질렀는지 질문했을 때 평소 행위의 주체를 명확히 밝혀 말하는 습관이 있는 영어권 참가자들은 누가 사고를 저질렀는지 기억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수동형 언어를 구사하는 일어와 스페인어 사용자들은 대부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또 같은 영어권 출신이라 하더라도 미국 팝가수 재닛 잭슨이 2004년 미 프로농구(NFL) 슈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젖가슴을 노출한 장면에 대해 "의상을 찢었다(ripped the costume)"고 능동형으로 표현한 기사와 "의상이 찢겼다(the costume ripped )"는 수동형으로 작성된 기사를 보여줬을 때 반응이 갈렸다. 능동형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잭슨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레라 보로디츠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특정 언어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정한 표현 방법이 사람의 사고를 제한한다"며 "각 언어의 차이를 이해할수록 언어권별 문화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