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기업 간에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중소기업이 경기회복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이유가 대기업들만의 이익 독식에서 비롯됐다는 이분법적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게 지금의 분위기다.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려 하거나 반(反) 대기업 정서를 조장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는 이 같은 현실은 위기 이후 재도약이 시급한 우리 경제에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일부 장관들과 정치인들의 잇단 대기업 때리기는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매년 5%씩 깎으라고 하는 것은 거저 납품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거나 "SK텔레콤이 매출 12조원을 기록하면서 4500명만 고용하고 네이버는 매출 1조2000억원에 불과한데도 6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 정치권은 대기업들이 수십조원의 현금을 쌓아만 두고있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하고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도 일제히 대기업을 조준함으로써 대 · 중소기업 상생정책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오죽했으면 재계 단체인 전경련이 "정부와 정치권부터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쓴소리를 하기에 이르렀을까. 이에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지만,그것은 자발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문제이지 장관들이 융단폭격을 하는 식으로 대기업을 압박하고 강제한다고 해서 이뤄질 사안이 결코 아니다. 정부가 대 · 중소기업 문제를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그것은 포퓰리즘이자 또 다른 부작용만 가져올 뿐이다.

물론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고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고용을 늘리는 등의 사회통합적 과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잠시라도 빈틈을 보이면 언제 도태될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십조원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도 생존을 위한 대비책이다.

그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겪는 고통의 책임을 대기업에만 뒤집어 씌우는 것은 대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그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대 · 중소기업의 상생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더이상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나아가 정부와 대기업 간의 갈등구조가 심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 대기업들이 허심탄회한 자세로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