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 28 재·보선에서 '완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민주당이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책임론에 휩싸인 정세균 대표는 29일 하루종일 당사와 국회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내의 거센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 정리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지도부 내에서조차 공천 실패에 따른 대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야당에는 치열함이 생명인데 지방선거 이후 얼마나 치열하게 국민에게 접근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지도부의 안일한 공천에 큰 책임이 있다"며 사실상 정 대표를 압박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6 · 2 지방선거 이후 '자만의 덫'에 빠져 변화와 혁신을 포기했다"고 진단하며 정 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대표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단독 사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연대의 천정배 의원은 "6 · 2 지방선거 이후 변화 의지를 보이지 못한 민주당의 무능에 대해 국민이 심판한 것"이라며 정 대표의 1차 책임론을 거론하며 대표 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다. 이종걸 의원은 정 대표의 전대 불출마까지 주장했다.

이에 주류 측 이미경 사무총장은 "공천에서 소홀한 점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해 한꺼번에 잘못됐다고 몰아치는 것은 균형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정 대표의 한 측근 의원도 "이번 선거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며 비주류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선거 결과에 큰 시각차를 보였다. 양측 간 이 같은 인식차를 고려할 때 정 대표가 재 · 보선 패배에 대한 입장과 거취를 빨리 정리하지 않을 경우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